기고

[강원포럼]동해안 연안 침식과 사라진 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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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균 강원특별자치도의원

강원특별자치도의 동해 연안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며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천혜의 자원이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강원 동해 연안 약 30만 ㎡, 즉 축구장 40개 규모의 면적이 흔적도 없이 침식돼 사라졌다. 침식의 원인에는 기후 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자연적 요인뿐만 아니라 방파제 축조 등 인공적인 요인도 큰 지분을 차지한다.

강원 동해 연안이 사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관광자원의 손실을 넘어 도민들 삶의 터전과 직결돼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환경 재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에서는 2003년부터 전국 해안을 대상으로 ‘연안 침식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연안 침식 현황에 대한 조사와 분석으로 연안 침식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확보, 연안 정비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목적의 사업이다. 이에 따라 우리 강원특별자치도에서도 2010년부터 매년 연구 용역을 통해 강원 동해 연안의 침식 현황을 모니터링해 왔다.

모니터링의 효과는 어땠을까? 연안 침식은 그 정도에 따라 A등급(양호), B등급(보통), C등급(우려), D등급(심각) 총 4단계로 분류되는데, 이때 C등급과 D등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침식 우심률’이라 하며 이것이 높을수록 침식에 더 노출된 지역이다. 2022년 기준 강원특별자치도의 침식 우심률은 52%인데, 전국 평균인 44.7%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필자는 이에 의구심을 가지고, 연안 침식 모니터링 결과가 담긴 최종 연구보고서를 살펴보았는데 2019년 이후부터는 보고서 결론 부분이 ‘복사-붙여넣기’ 수준임을 발견했다. 상시 파랑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과 양빈사의 과학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결론의 소제목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가 거의 똑같이 반복됐다. 물론 매년 동일한 절차로 진행되는 모니터링이라는 특성상 그 결론이 비슷하게 도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4년 내내 문장의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결론이 반복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모니터링 연구 용역을 담당하는 대학은 14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고, 용역비로는 누적액 115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월등히 높은 침식 우심률, 연구보고서 결론의 반복이 막대한 혈세 투입의 결과라기엔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설령 실제로 동일한 연구 결과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결과를 실제 연안 정비 절차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무엇을 위한 연구 용역이며, 누구를 위한 예산 투입인가? 14년 동안 동일한 곳에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겨주어 연구기관을 안일한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 것이 문제인지, 수년간 반복되는 모니터링 결과에도 무대책·무방비 행정으로 일관한 것이 문제인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필자가 감히 직언하건대, ‘연안 침식 실태조사 사업’은 여태까지처럼 진행해서는 안 된다. 이에 도청 및 관련 기관에 세 가지를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연구 용역 업체 선정 시 충분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발굴해낼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 업체를 선정할 것. 둘째, 연구 용역의 결과가 매년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해결책을 강구할 것. 셋째, 연구 용역 결과가 실제 행정에 어떤 과정과 기준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며 그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

강원특별자치도 동해 연안침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필자는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면밀히 감시해 도의원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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