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어떤 아름다운 은퇴

{wcms_writer_article}

공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를 들었다. 청년 시절의 여색, 장년기의 다툼과 함께 노년기의 탐욕이다. 노년기는 회한만 남다 보니 명예와 의리는 사라지고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풍유시 ‘불치사(不致仕)’에서 눈이 어두워져 공문서를 읽지 못하고 허리가 굽어도 명예와 이익을 탐하며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을 꾸짖었다. ▼미국 케이블채널 ‘코미디 센트럴’에서 ‘데일리 쇼’를 16년간 이끈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가 2015년 8월 초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 “내가 가졌던 이 멋진 기회를 다른 이에게 넘겨 줄 때가 됐다”는 것이 하차 이유다. 고별 방송 후 “누구도 당신만큼 뉴스를 재미있게 만들지 못했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때 그의 나이는 53세였다. 막말 공격 대신 세련된 풍자로 시사 뉴스의 아이콘이 된 그는 지상파와 CNN 등의 쟁쟁한 앵커들을 제치고 2009년 타임지 조사에서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앵커’에 올랐다. ▼‘가황’ 나훈아(77)가 57년의 음악 인생을 마무리하며 팬들 앞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올 4월27일 인천 마지막 콘서트 투어에서 그는 “앞으로 피아노 앞에 절대 앉지 않을 것이고 기타도 만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전 아직 더 할 수 있다. 그래서 (미리)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했다. ▼터키 출신의 서정시인 ‘나짐 히크메트’는 시를 통해 이렇게 일갈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가황은 할 만큼 했으니, 더 이상 아쉬울 것도 바랄 것도 없다. 가황이 아닌 한 아저씨, 한 남자, 자유의 몸으로 살고자 하는 그. 가황이 가는 모습 또한 예술이다.

{wcms_writer_article}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