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눅진히 녹아든 강원의 삶”…시집 ‘시월 대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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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재 作 ‘시월 대관령’.

강릉에서 활동 중인 이구재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시월 대관령’을 펴냈다. “요점엔 바우에 도루멕이 알 귀경두 모하장가/아덜 어릴짼 시장통 질바닥서 주먹뎅이 마한/도루멕이 알 찐거르 사 먹으메 꼬십다 했장가.” (시월 대관령의 도루묵 알 中)

강릉 주문진에서 50여 년째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 시인. 제6회 난설헌시문학상을 수상하며 지역 문인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해온 그의 작품에는 강원의 삶이 눅진히 녹아있다. 일상 속에서 써내려간 시어들은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고 때로는 시큰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곱던 눈썹 희미해지고/웃어도 우는 거 같은 얼굴/그냥 아무것도 아닌/소멸되어 가는 유기체가/거울 앞에 서 있다”(한뉘 中)

총 4부로 구성된 작품에는 작가의 일상과 신앙이 담겼다. 어느덧 산수(傘壽)를 넘어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시인은 시를 통해 지난 삶을 회고했다. 봄을 알리는 아카시아 꽃 향, 할머니의 굽은 허리와 지인이 건넨 안부, 주일마다 찾는 교회. 일상은 모두 시어가 됐다.

“백년해로하자던 신랑은/먼저 가고/백발의 각시 홀로/초록 초록했던 날을 더듬는다”(각시병 中)

일상적이고 담백한 시선으로 써내려 간 시 54편은 마치 한 편의 수필을 읽는 듯 삶을 그린다. 고요하고 투명한 언어로 빚어 놓은 일상에 깊이 공감하다 보면 시집은 어느덧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이구재 시인은 “여을 넘은 내 삶이 얼마나 더 이어져 갈지 모르나 내 삶에 스며들어 온 것들을 정제하여 시로 표현하며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살고싶다”고 전했다. 글나무刊. 119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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