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유승도 시인 산문집 ‘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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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세계 재료로 한 철학 한권의 책으로 엮어내

자연철학자로 불리는 유승도 시인이 산문집 ‘세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도 서러워하지 마 화내지도 마’를 상재했다.

영월 망경대산 중턱에서 농사도 지으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유작가는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자연에 포위된 자신의 삶에서 길어올린 사유(思惟)의 세계를 재료로 한 철학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쉰 한편의 글로 직조해 냈다. 그래서 그의 글은 단순히 속세를 떠나 편안하게 산다는 ‘유유자적(悠悠自適)’의 느낌과는 분명 차이가 있어 보인다. 본업이 시작(詩作)인 유작가는 자신이 맞딱뜨린 상황을 글로 옮기면서 무엇 하나 선하게 바꾸려고 하거나, 예쁘게 꾸미려 하지 않는다. 그래선지 은유의 표현도 직설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연이 주는 깨달음의 이야기, 세상에 대한 불편함과 아쉬움을 전하는 부분에서는 이내 깊은 공감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에의 순응’이라는 흐름이 읽힌다. 느껴지는 ‘비워냄’의 정서가 그 것이다. 첫번째 글부터 폐부를 찌른다. ‘그저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자고 마음먹을 때’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 때를 “내가 욕을 하는 사람들이 나와 별다르지 않다고 느낄 때”라고 적은 대목이 인상적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못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그 예시를 제시한 것 같아 뜨끔하기까지 하다. 그런가하면 1년 내내 꽃을 피우는 식물을 알게 된 유작가가 그동안 만나지는 못했지만 1년 365일 사람 좋은 얼굴로 살아가는 이가 없으리란 법도 없다고 강조하는 부분도 꽤나 마음에 든다. 내가 만나지 못했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그의 주장 앞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의 말대로 만날 수 없거나 돌아가신 분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 이처럼 일상에서 포착해 낸 소소한 이야기, 또는 비정상적인 세태들이 유작가의 생각과 만나면서 때로는 따뜻함으로 때로는 일갈로 변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와에세이 刊. 16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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