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라떼는 말이야]프로야구 강원도 연고팀…청보 핀토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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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6일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청보핀토스 대 빙그레 이글스 경기 모습. 강원일보DB

23일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너도 나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가을 야구를 기대하며, 왜 그런지 꽤나 설득력 있는 분석들을 내놓는 시기다. 특히 지난 20, 21일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으니 야구 열기는 한층 더 달아 오른 상태. 그 관심은 고스란히 한국 프로야구 옮겨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요즘같은 시기가 다가오면 지역을 대표하는 연고팀이 없어서 오는 소외감 같은 것이 스멀 스멀 올라오곤 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팀은 있지만 한목소리로 지지할 팀이 없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강원도에서 프로야구 보는 일은 ‘언감생심’이 돼 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프로야구 불모지 강원도에서도 경기를 직관하던 시절이 있었다. 40여년 전에는 그랬다. 이 코너에서 소개한 삼미 슈퍼스타즈(2022년 8월11일 보도)가 인천·경기, 강원도 연고로 있을 때 일이다. 살짝 곁다리(?)로 지정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엄연한 지역 연고 팀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바통을 이어받아 강원도의 두번째 프로야구 팀이 된 것이 바로 ‘청보 핀토스’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청보 핀토스’ 에 대한 것이다.

◇1986년 4월6일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청보핀토스 대 빙그레 이글스 경기에서 청보핀토스가 3회 주자를 둔 상황에서 공격을 하고 있다. 강원일보DB

1985년 전기리그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를 이어받은 것이 청보 핀토스다. 청보 핀토스는 풍한그룹(옛 풍한방직)을 모기업으로 한 청보식품이 삼미의 부채를 떠 안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한 팀으로 1985년 6월 29일에 창단, 1985년 후기 리그부터 프로야구에 참여한다. 그대로 승계받아 연고와 홈구장을 그대로 승계받아 인천과 춘천공설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고, 마스코트는 거인(슈퍼맨)에서 얼룩말로 교체했다. 마스코트 결정에 있어서 재미있는 일화 한가지. 당초 청보식품의 마스코트인 판다를 그대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원년팀인 OB 베어스가 이미 곰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어 결정을 바꿔야 했다. 청보 판다스가 될 뻔 했다는 뜻이다. 새 구단주인 김정우 당시 풍한그룹 회장이 승마 국가대표출신이고 승마협회장까지 역임한 인연이 있어 말을 팀의 마스코트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아무튼 당시 쇄락의 길을 걷던 삼미 슈퍼스타즈(통산 120승 4무 211패)의 성적은 말 그대로 참담함 그 자체였다. 삼미 슈퍼스타즈 이름을 걸고 치른 고별전(1985년 6월22일)에서 조차 롯데 자이언츠에 6대16으로 대패할 정도였으니 청보 핀토스 이름을 걸고 치를 후반기에 대한 예상이 밝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에 깜짝 등장해 한 시즌 3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투수 장명부의 기세도 예전만 못하고 최초로 통산 50패를 기록 중이었으니 기대 보다는 더 큰 우려를 안고 새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다만 1985년 전기리그에서 홈런 2위를 기록한 금광옥 등이 건재한 점이 거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1985년 후반기 리그에서 청보 핀토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삼성, 롯데, 해태에 이어 4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1986년 4월6일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청보핀토스 대 빙그레 이글스 경기에서 청보핀토스 선수가 타격준비를 하고 있다. 강원일보DB

1985년 10월 청보 핀토스는 허구연(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씨를 2대 감독으로 영입하는 승부수 던진다. 당시 서른넷으로 프로야구 최연소 감독 기록을 세우며 등장한 허구연 감독은 자신의 계약기간인 1988년 안에 우승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 희망을 보여주던 청보 핀토스는 그야말로 난타를 당한다. 1986년 시즌이 시작되자 마자 개막전 부터 내리 7연패를 당하며 꼴찌를 기록한 것. 개막전에서는 전년도 1위팀 삼성과 접전을 벌이다 5대6으로 패하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나머지 경기는 그야말로 대패 행진이었다. 그나마 시즌 첫 승을 거둔 것이 바로 춘천공설운동장에서 치러진 사진 속 빙그레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였다. 3대8로 뒤지던 8회 말 3점을 얻은데 이어, 9회말 터진 양승관의 쓰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가까스로 9대8 역전승을 거뒀던 것. 감독으로 데뷔해 1986 시즌 성적을 종합 3위로 마무리 하겠다고 공언한 허구연 감독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라는 표현이 찰떡같이 어울리는 경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이날의 승리가 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해 연승(2연승) 기록이 단 2차례에 그칠 정도로 하위팀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나마 신생팀 빙그레 이글스가 있어서 꼴찌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춘천이나 인천에서 청보핀토스 홈경기가 열릴 때면 청보식품이 생산한 라면을 공짜로 나눠주곤 했는데 급전직하하는 낮은 팀 성적 때문에 라면까지 “맛이없다”는 구박과 홀대를 받기 일쑤였다는 후문이다. 투수진을 보강한 1987년 첫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계기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매각되면서 태평양 돌핀스로 다시 한번 변신하게 된다. 그렇게 강원도 연고 프로야구 두번째 팀의 몰락 그리고 세번째 연고팀의 탄생은 이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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