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생활 속 임대차 분쟁 솔루션]시설물 노후화로 파손시 임대인이 수선 의무 … 임차인 하자 통지 안 하면 일부 책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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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비데 파손으로 인한 누수, 수리의무는 누구에게?

박소연 변호사(한국부동산원 강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임대인 A씨는 자신의 아파트를 임차인 B씨에게 임대했는데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래층에서 물이 떨어진대요!" B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아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해외 출장 중이라는 답변 후 연락이 두절됐다. 관리사무소에서 주택의 외부에서 수도공급 밸브를 차단해 아래층 누수는 멈췄지만 누수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B씨가 열흘 후에 출장에서 돌아와 알아보니 비데 배관이 파열돼 누수가 일어났고, 하필 화장실과 거실의 단차가 낮아 물이 거실까지 흘러나와 아래층 천장에 누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A씨는 B씨의 관리소홀로 누수가 발생한 것이므로 B씨가 아래층 누수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A씨는 비데가 원래 설치돼 있던 시설이고, 자신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파손이 아닌 비데 배관의 노후화로 인한 파손이기 때문에 임대인인 A씨에게 귀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해외 출장에서 늦게 돌아와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 물이 고여 마루가 망가진 것도 속상한데 아래층 누수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 조정위원회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보통 임대차 계약 당시 시설물의 사용 및 원상회복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지만,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임차목적물의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민법 제623조). 이 사건의 경우 '시설물의 노후로 인한 수리는 임대인이 부담하고, 시설물의 파손·훼손시에는 임차인이 수리 또는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한다'고 특약사항에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특약이 없더라도 시설물의 노후화로 인한 파손의 경우 수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므로 임대인의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임대인에게 유지 및 수선의무가 인정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96984판결 참조). 이는 비데뿐 아니라 인덕션, 보일러 등 주택의 사용·수익을 위해 설치된 모든 시설물에 적용된다. 8년이 지난 보일러의 경우, 설사 임차인의 과실이 경합됐더라도 임대인이 설치의무를 부담하는 것처럼 다른 시설물들도 내구연한을 따져 임대인이 유지·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임차인에게는 의무가 없을까? 임차인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있어(민법 제374조) 목적물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에게 바로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임차인이 지체없이 하자를 통지하지 못해 손해가 확대된 경우 임대인은 지체없이 하자 통지가 되었을 경우까지의 기발생 손해에 대하여만 책임을 부담한다(서울 중앙지법 2014. 6. 20. 선고 2014나13609판결).

이 사건의 경우 임차인 B씨가 해외 출장 중 비데 배관이 파열될 것이라는 점까지 예측할 수는 없었으므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아래층 누수에 대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단시간에 아래층까지 누수가 발생하기는 어려우므로 B씨가 집을 비우지 않았다면 아래층 누수로까지 번지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누수를 발견한 직후에 문자메시지를 확인했음에도 주택의 현관출입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의 협조를 하지 않아 주택 거실에 고인 물을 닦아내는 등의 조치를 바로 하지 못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 책임이 인정돼 B씨가 아래층 수리비용의 50% 정도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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