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코앞에 닥친 의료대란, 해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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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임 강원대 교수

최근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관한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로 인해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국가적 우려도 크겠지만 개인적으로도 걱정이 많다. 필자의 부모님이 연로하기에 언제 병원 진료 및 처치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대 기초교수로서 현 시국을 볼 때 몇 가지 중대한 문제가 간과되고 있음을 느낀다.

첫째, 몇 주 전 정부에서 갑작스럽게 65.4%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발표한 결과 내년부터 2,000명을 더 선발하여 의학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극히 민감한 분야이기에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뚝딱 만들어낼 수 없다. 의학교육에 있어서도 과거와 비교해 다양한 기술과 지식이 축적되어 이들 내용을 교육하려면 그에 합당한 공간과 다양한 여건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를 통해 점진적인 증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정부는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부득불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인과관계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부터 시작한 증원 인력이 의대 6년 과정을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고 나면 11년 뒤인 2036년 이후에나 의료 전선에 나올 수 있다. 반면, 현재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분야는 너무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두 해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11년 뒤의 불확실한 의료 상황보다 현재의 의료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여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 분야가 낙후된 원인을 찾고 신속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자가 들은 바로는 ‘소아과’ 및 ‘산부인과’ 영역의 경우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의료 수요자가 급감한 반면에,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긴 기대수명으로 인해 13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한 판례가 있기에 파산의 위험성까지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소아과나 산부인과 간판을 걸기가 어찌 쉽겠는가.

셋째, 인구 감소로 인해 10년 전 국내 인구 1,000명당 2명이었던 의사 비율이 현재 2.6명으로 늘어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우리와 같이 2.6명인데 인구 감소 추세에 대응하고자 향후 의사 수를 줄이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의사의 수가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료 폭증과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방문간호사 및 요양보호사 등의 인력 자원, 요양 시설 같은 시스템의 확충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의료는 비용 대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가 미국에 유학하던 1987년 당시 오른쪽 눈에 통증을 느껴 대학진료소를 방문했다. ‘일반의’가 진료한 후 ‘안과 전문의’를 만날 것인지 물으면서 한번 만나 보는 데 200달러가 소요된다고 했다. 가난한 유학생에게 200달러는 너무 큰돈이어서 진료받기를 포기했다. 최근 캐나다, 미국 및 유럽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종합검진을 받고 수술을 하는 등 의료쇼핑을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국내 의료의 수준이 높은 대신 의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유지, 발전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요컨대 국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정부에서 국민의 이익을 생각해서라도 의료계를 무조건적으로 강압하기에 앞서 의료계와 협의하고 합리적 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금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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