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만학도(晩學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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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 강원랜드 카지노 본부 차장

청산 도깨비 터에 우뚝 위용을 자랑하는 강원랜드에서 벗어나, 주 1회 파도와 살아가는 주문진으로 발길을 돌린다. 강원특별자치도 유일한 공립전문대인 강원도립대에 출강하여, 배우고 돌아오는 햇내기 교수는 오늘도 신바람이 난다. 카지노에 관리자로 근무하며 인근 대학에서 지식을 나눈다는 보람도 물론 컸지만, 갓 성인이 된 대학생의 발랄함, 푸릇함과 만학도의 만남이 좋았다.

지난 학기는 행복은 물론 매 시각이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처음 학생들과 만나는 순간, 부모님뻘 되는 분들이 앉아 계시는 게 아닌가! 눈을 의심했다. 20대에서 70대 후반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학생들이 환히 웃으며 앉아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이톤으로 ‘교수님 안녕하세요.’ 거리낌 없이 반긴다. 정겨운 분위기에 놀라고, 예의를 다하며 배우려는 결기에 놀란다. 지난해에는 미수의 어르신도 학사모를 날리셨으니, 본인들은 그에 비하면 아직 새싹이라고 겸연쩍어 한다.

깊이 간직한 배움의 꿈이라고. 그 오랜 염원이 실현되는 순간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을 거라는 만학도의 눈에서 열정이 뚝뚝 떨어진다. 인근 한 두시간 거리에서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결강은커녕, 단 1분도 지각하지 않는 만학도의 모습은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손주, 자식 또래의 과 학생들과도 그들은 어느새 사이좋은 친구가 되어 있다. 죽기 전 꼭 이루고픈 소원을 지원해 주는 강원도립대는 학비를 최대로 지원해 준다. 나이가 들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분명 낭설일 거다.

카지노 산업은 국부를 창출하며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인프라이므로 항공·크루즈·서비스과 학생이라면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렇게 멋진 게임 진행까진 바라지 않았건만, 친절한 서비스 매너로 게임을 진행하는 1학년 만학도의 몸짓은 발레 하는 예술가가 부럽지 않다. 꼬박 3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진행해도, 수업을 마치면 아쉬워하는 학생들이다.

2학년 만학도와 함께하는 고객 행동 연구 강의 시간, 우리는 서로 소통한다. 그 어떤 열띤 토론장이 부럽지 않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한다. 끊이지 않는 교감 속에 강의는 무르익어 간다. 그들의 열정은 나를 떨게 한다. 모르는 것에 창피하지 않고, 피드백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 B4 앞 뒷장을 빼곡히 채워 내려간 답안지는 가히 감동이다. 멋진 팀워크로 아름다운 강릉의 풍경을 담아 직접 만든 엽서도 선물하고, 강의 때마다 수줍게 건네주는 꿀물 한잔은 의지의 결정체리라.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오늘도 최선을 다하였는가 자문자답한다. 학생들이 준 깨달음에 보답하리라 다짐한다. 강의에 임하는 귀한 순간순간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 배움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오로지 산업일꾼으로 불철주야 살아온 한을 풀게 되어 여한이 없다고 했다. 청년들의 미래를 열어주고, 개성 있는 학과와 만학도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 주는 강원도립대의 미래는 무궁하리라.

보고 싶다. 만학도 제자들. 교수님! 하며 반기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진년, 새롭게 변신한 호텔경영과의 새내기 만학도들과 푸른 청룡을 타고 날아오르리라. 내 삶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꾸며줄지 벌써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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