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춘추칼럼]AI를 품을 수 있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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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성 우송대 총장

설 명절 연휴기간 SNS에서 따뜻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는 길 한복판에서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노인 옆에서 우산을 씌워드리고 함께 가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비를 맞으며 모시고 간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저녁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이 외로움에 젖어 있는 추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올해 최고의 화두는 ‘생성형 AI’의 출현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상당히 밀착해 다가오는 느낌이다. 삼성전자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에 탑재된 AI는 13개국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번역할 수 있게 개발되었고, 실제 일상 대화는 물론 어려운 말도 대략 뜻이 통하는 수준으로 번역이 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고생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눈부실 정도다. 2021년 미국의 전 외무장관 키신저, 구글의 전 CEO 슈밋, MIT 학장 허튼로커가 공저를 한 ‘AI 이후의 세계’라는 책에서 AI가 인간의 생활 전반에 있어서 대단히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2023년 키신저 등 3명의 공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Chat GPT가 지적 혁명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타임스는 직업세계에서 AI가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학 졸업자의 75%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그만큼의 직업군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은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삶의 현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AI의 활용으로 많은 것이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더 강해지고, AI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창의적인 사고를 생략한 채 습관적으로 AI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사회라면 ‘AI에 지배되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주도적으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첫 번째는 교육 현장에서 AI를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습할 필요가 있다. 초등에서 고등교육까지 학문과 직업세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역량을 습득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탁월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과 더불어 생활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50대 후반의 은퇴한 세대도 30~40년 AI를 활용해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술 발전을 다룰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인성과 창의력이다. 사람이 AI보다 탁월할 수 있는 것은 따뜻한 품성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발전을 소화할 수 있는 인간적인 소양이다. 도덕적·윤리적 의식을 함양해주는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적인 이해능력, 동료와 함께 협업공동체를 결성하고 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소양을 개발해 AI의 발전을 포용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에게 기꺼이 우산과 따뜻한 마음을 내어준 여성을 보면서 AI 시대를 맞는 우려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비약일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품성을 바탕으로 이웃과 연대하고 AI에 지배되지 않고 충분히 활용해 현재를 살아간다면 ‘기술 지배의 차가운 개인주의 사회’가 아닌 ‘사람 냄새 가득한 AI를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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