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지상의 탄소폭탄 폭발 ‘대형 산불’ 예방에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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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순 수필가

탄소중립 시대에 나무는 지구의 보루다. 나무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드는 1차 생산자이며 미생물을 비롯해 초식동물, 육식동물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대부분의 생물을 먹여 살리는 위대한 생명체다.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나무가 생산해 내는 산소 덕분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햇빛과 물을 이용해 유기물과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 작용은 생태계에 ‘신의 한 수’ 같은 사건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학 반응식’으로 불린다.

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인간들 때문에 늘 수난을 겪는다.

갖가지 개발명목으로 울창하던 숲이 뭉개져 콘크리트 도시가 들어서고, 열대우림은 소고기를 얻기 위한 목초지로 개간되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이 잦아지면서 숲이 통째로 불태워지기도 한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368건으로 연평균 537건이 발생한 셈이며 총피해면적도 3만5,582ha나 된다. 계절별로는 봄철인 3~5월에 연평균 304건(57%)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지역별로는 산림면적이 많은 강원도와 경상북도에서 대형 산불의 발생이 잦았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봄철에 건조해지면서 풍속 30m/sec 내외의 강풍이 부는데 대형 산불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자연발화보다는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실화가 대부분이다. 산불 발생을 원인별로 보면 입산자의 실화가 33%로 가장 많았고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의 순이었다. 산림보호법 시행령 제22조에서는 산불조심 기간을 봄철은 2.1∼5.15., 가을철은 11.1.~12.15.로 정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시민들에게도 입산통제구역에 들어가지 않기,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의 취사나 야영 금지, 라이터나 버너 등의 휴대 금지, 습관적으로 하던 논두렁·밭두렁 태우지 않기, 농산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 금지, 담뱃불 조심 등의 내용들이 강조된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장비로 감시를 한다 해도 사소한 실수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고, 신속하게 진화한다 해도 일단 발생한 산불은 많은 피해를 남길 수밖에 없다.

작은 실수 하나가 무서운 대형 산불로 번질 때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2005년 4월 천년 고찰인 양양 낙산사가 시뻘건 화마에 휩싸였던 그 장면은 지금까지도 온 국민의 가슴에 불에 덴 멍 자국으로 남아있고 아리고 쓰라리다. 대형 산불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최악의 재앙 중 하나다. 지구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자연 현상은 화산폭발인데 대형 산불은 지상의 탄소폭탄이 폭발하는 셈이다. 탄소 흡수원인 숲이 사라지는 동시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저장해놨던 탄소창고가 불에 타면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일시에 배출된다. 더 심각한 것은 산불로 발생되는 온실가스 양은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산불조심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지만 그 결과는 크나큰 나라 사랑이고 지구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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