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공천 못 받는다” 소문 뒤엎고 4선 된 한기호의 고민

{wcms_writer_article}

국회 상임위 선택 앞두고 당·정부와 입장달라
한 의원, 지역개발 위해 국토교통위원회 선호
당·정은 안보전문가인만큼 국방위 남길 희망
공천과정에서 군 출신들의 사이드 지원받아
무작정 국토위만 고집하기에도 부담스러워
한 의원 국방위 보낼때 위원장 타이틀 줘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지난 총선에서 공천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의 한기호 의원이다. 선거 훨씬 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한기호 불가설(不可說)’은 공천발표 직전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과야 다 알려진 바와 같이 4선 고지에 올랐지만, 요즘 그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새로 시작되는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상임위원회 선택을 두고 본인 의사와 당·정부의 요청이 달라서다.

한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로 가기를 희망한다. 국토교통위는 주택·토지·건설·철도·도로·항공 등의 분야에 대한 국회 의사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지역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다.

3선 국회의원 활동기간 동안 10여 년간을 국방위원회에 있었던 그가 이번에는 국토교통위로 가려는 이유는 낙후된 지역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함이다. 많은 규제에 얽혀있고 철원과 화천, 양구의 경우 인구도 적다 보니 개발사업 대부분이 정부의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막혀버리기 일쑤다. 그래서 그는 이번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기 위해 상임위를 바꿀 계획을 세웠다.

한기호 국회의원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한 의원에게 국방위원회에 남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군(軍) 출신으로 지난 21대에서도 국방위원장을 했을 만큼 국가안보와 군 현안 등에 대해서는 한 의원만큼의 전문가도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 등 군 관련 부처에서도 한 의원이 국방위에 남아주길 바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을 국방위에서 희생(?)했고 또 4선 중진 반열에 오른 만큼 당내에서 본인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도 있지만, 한 의원은 국가안보라는 대의(大義)와 군에 대한 애정 때문에 당과 정부의 요청을 마냥 뿌리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군 출신들의 측면 지원도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이미 알려졌던 것처럼 한기호는 2022년 대선 직후 국민의힘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이준석 당시 당 대표가 있을 당시 사무총장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비주류로 밀려났다. ‘한기호 공천불가론’의 시작점이었다.

이때 한기호를 적극 옹호한 것이 군 출신 선·후배들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마주할 기회가 많았던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육사 28기)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육사 37기)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기호(육사 31기)를 적극 어필했다. 당내에 군과 안보를 잘 알고 정부와도 소통이 가능한 국회의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2023년 12월2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방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서 한기호 국회의원(왼쪽)과 신원식 국방부장관(가운데),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그해 12월, 윤 대통령은 한기호 의원을 불렀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3차 국방혁신위원회 회의 때 그에게 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1, 2차 회의에는 참석시키지 않았던 그를 대통령은 12월 20일 열린 회의에서 한 의원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국방개혁과 안보 등에 대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정치권에서는 한기호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이 커진 것도 이날이 기점이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당내에서도 “한기호는 최소 경선까지 갈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물론 공천관리위원회의 평가에서 그의 지역구 관리가 상위 30위권 안에 포함된 것도 그의 컷오프를 막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군 출신들의 한기호 지원은 남들이 알지 못했던 ‘보이지 않는 한방’이었다. 한 의원이 국방위원회에서의 역할 요청을 나 몰라라 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강원특별자치도의 입장에서는 4선 중진의 한기호 같은 의원이 건설교통위원회에 있으면 여러모로 좋다. 해결되지 않은 SOC사업과 각종 개발 프로젝트들을 국회 차원에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았던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회의원이 NGO모니터단이 선정한 2023년 국정감사 우수 상임위원장 수상자로 결정됐다./연합뉴스

그러나 만약, 한 의원이 불가피하게 국방위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 국방위가 여당 몫이 된다면 국민의힘은 그에게 국방위원장 자리를 줘야 한다. 일찌감치 다른 상임위로 옮길 수 있었음에도 군과 안보를 위해 3선 활동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보낸 그를 이번에 또다시 그리로 보내려면 응당한 대우가 있어야 한다.

비단 한 의원뿐 아니다. 다른 의원들도 상임위 선택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여야 관계, 당내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도내 국회의원들 모두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상임위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그것이 다선(多選) 국회의원을 배출한 도민들의 뜻이기도 하다. 22대 국회 개원이 기대된다.

{wcms_writer_article}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