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여전히 그곳에 있는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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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열 고성주재 차장

금강산에 대한 첫 느낌은 이질감이었다.

군대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던 시기라 몇개의 통문을 지나며 보이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수그러뜨린 것이 영북지역 특유의 사투리다. 특정 단어들이나 억양에 차이는 있었지만 익숙하게 듣던 고향 특유의 사투리를 듣고는 함께 여행길에 올랐던 친구에게 "여기나 남쪽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웃으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책 속 사진에서나 보던 금강산의 모습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고 당시 한 예능에 등장해 낯이 익었던 안내원도 직접 보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08년 7월. 관광객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2009년 현대 아산 금강산 관광 재개 예약 판매가 이뤄지며 희망이 살아나는 듯 싶었지만 결국 2010년 천안함 사건과 함께 남북교역 중단, 2011년 북한 측의 금강산 관광 현대그룹 독점권 취소 등 최악의 사태만이 이어졌다.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및 9·19 남북공동선언 등을 통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 합의가 발표되며 다시한번 금강산 관광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도 살아났다. 그러나 지난 3월말께 북한군이 동해선 육로 가로등 수십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말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와 금강산 온정리를 연결하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한 데 이어 가로등까지 철거하며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의 꿈은 멀어졌다.

문제는 경제다. 고성군의 금강산관광 중단 장기화로 인한 지역 경제 상황은 버티는 것 마저도 버겁다. 고성군이 분석한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지역손실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육로 관광객은 2003년 3만6,028명에서 2004년 26만8,420명, 2005년 29만8,175명, 2006년 24만 3,445명, 2007년 34만5,006명 등이었다. 금강산관광으로 고성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났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고성군 관광객은 2008년 말부터 매년 50만명씩 줄었다.

관광객 감소는 음식업소 및 숙박업소, 주유소 등의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고성에서는 관광 중단으로 월 평균 29억원, 전체 585억여원의 지역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실업문제도 심각하다. 금강산 관광 중단 당시 고성군의 실업인구는 454명 이었다. 고성에 거주하는 현대아산 직원 167명도 지역을 떠났다. 실직 세대주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며 독거노인은 2008년 6월 1,282명에서 2010년 4월 1,830명, 저소득 한부모 가정은 2008년 83세대 212명에서 2010년 91세대 224명으로 늘었다.

당시를 회상하던 지역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기웃거렸지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절망 뿐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젊은 직원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다. 금강산 관광에 참여한 기업의 손실도 천문학적이었지만 고성지역도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며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

동해선 육로 가로등 철거와 관련된 기사를 마감하며 2006년 당시의 금강산 관광길을 다시 따라갔다. 이제는 문닫은 휴게소와 새롭게 생겨난 카페, 민박집, 새로 만들어진 길이 기억을 새로 채웠다. 북한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쉬는 동안 바라보던 동해바다, 금강산에서 땀을 식히며 바라보던 동해바다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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