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이민정책 나눠서 행사합시다

{wcms_writer_article}

김명선 강원자치도 행정부지사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되었다. 지역소멸 문제를 출산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 국내 출산율 제고를 위한 획기적인 출산정책과 병행하여 보다 적극적이고도 과감한 이민정책을 통해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이민정책을 수행할 중앙행정기관의 설립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기관이 설립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출입국과 외국인정책 업무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최근 들어 지역특화형비자, E74비자 지자체장 추천제 등 일부 비자업무를 지자체와 협업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법무부는 단속과 법 집행을 중심으로 하는 부처다. 그러다 보니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현장의 절절한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이민정책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사실 강원자치도는 법무부를 상대로 이민정책과 관련된 권한 이양 및 제도 개선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으나 늘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수용 곤란.” 이런 상황일진대, 일각에서 논의되어 온 이민청이 설립되더라도 운영상의 독립성을 얼마나 많이 부여할지가 의문이다. 이민청을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둔다면 정책기능과 집행기능 양 측면에서 기존의 행정청 단위 기관들보다는 훨씬 많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어렵다면 이민담당 중앙행정기관을 싱가포르처럼 내무부 산하에 두되, 독립청 성격이 강한 이민청(ICA)으로 운영하는 모델로 가든가, 아니면 캐나다처럼 독립부처(이민난민시민부·IRCC) 형태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면서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싱가포르는 이민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서 고급 외국인력과 건설현장의 인력, 그리고 가사노동인력 등을 확보한다. 그래서 싱가포르 노동부 장관이 어느 자리에선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싱가포르는 출산율은 낮지만 국가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를 이민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한편, 캐나다 이민난민시민부는 매년 향후 3년간 받아들일 이민자 수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데, 이에 따르면 2024년에는 48만5,000명, 그리고 2025년에는 50만 명을 이민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핵심 이민정책인 Express Entry 및 PNP 제도 등을 통해 이민자 수를 증대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하겠다. Express Entry는 연방정부의 신속영주권발급제도다. 그리고 PNP 제도는 주정부의 지명에 의한 영주권 발급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처럼 중앙정부가 이민정책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간 영주권을 신청할 쿼터를 주정부 별로 할당해줘서 이를 통해 주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2022년 캐나다 연간 영주권 발급목표 40만명 중 주정부에 할당된 영주권 쿼터는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8만명이라고 한다.

출산율이 최악의 상황에 도달해 나라가 소멸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우리 자신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캐나다 이상의 과감한 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좌고우면하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민정책의 권한을 일부라도 이양받아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강원자치도의 절박한 목소리를 중앙부처에서 적극 받아주기 바란다.

{wcms_writer_article}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