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초점]더 많은 케이블카에 목마른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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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강원연구원장

강원도가 하늘로부터 받은 최고의 선물은 ‘자연환경’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국민이 최고 여행지로 꼽는 지역이 바로 강원도다. 우리는 자연환경이 있는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강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보존’이라는 단순 명료한 공식이 우리의 가치관이 되었다. 그러나 자연환경도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소수 특권자가 아닌, 모든 사람이 즐기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이 개발되어야 한다. 교통망이 대표적이다. 강릉과 양양 고속도로가 개발됨으로써 많은 사람이 설악산과 동해 바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교통망은 자연환경을 파괴한다. 더 큰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해, 작은 자연환경의 파괴를 인정한다. 우리가 사는 건물과 도시도 자연을 파괴하지만, 자연환경을 파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자연환경이 보존된 원시시대가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원도 자연환경은 강원도민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지만, 강원도가 스스로 개발할 수 없다. 자연환경의 개발 권한은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연환경에 대한 중앙정부의 가치관이 엄격한 보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강원도 자연환경은 중앙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규제되어 있고, 심지어 같은 지역에 5중 규제로 보존의 장막을 치고 있다. 개발하지 않은 자연환경은 인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자연환경을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강원도의 자존심 문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되었다는 것은 강원도 자존심을 찾는 출발점이다. 이제 강원도가 스스로 강원도의 자연환경을 개발할 수 있는 논리를 가져야 한다.

정책 방향은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자연환경=보존’이라는 가치관을 깨야 한다. 그러나 쉬운 것은 아니다. 인식은 역사와 교육이 축적된 결과다. 자연환경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뿌리에는 샤머니즘이 있다. 즉, 자연환경을 통해 절대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산에는 신이 존재하고, 험한 산일수록 더 높은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학교에서도 산의 정기를 가르치고, 심지어 일부 교가는 특정 산의 정기를 받았다고 노래한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모든 산에는 산신령이 있고, 바다에는 용왕이 존재한다. 자연환경의 개발은 산신령과 용왕을 화나게 하는 인간의 천박한 행위다. 그래서 ‘자연환경=보존’은 절대자에게 순종하는 인간의 행동강령이자 규범이 되었다.

필자는 자연환경 정책을 견학하기 위해 방문한 스위스에 대해 놀라운 기억이 있다. 스위스에는 알프스라는 최고의 산이 있다. 험난하지만, 30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 정상에 도달한다. 같은 케이블카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탄 사람도 있다. 산 정상에는 호텔과 주점도 있고, 기차와 버스 정류장, 자전거 하이킹 코스도 있다. 스위스는 알프스라는 최고의 자연환경을 개발해서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의 인식구조로는 이해하기 힘든 세상이다. 많은 환경단체가 시위할 법도 한데,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들의 사고에는 인간을 위해 자연환경이 존재하고, 자연환경의 개발과 보존이 서로 대치하는 개념은 아니었다. 오히려 개발하면서 보존한다는 상충적 개념의 이중적 언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국가가 스위스였다.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허락받는 데 40여년이 걸렸다. 아직도 산에는 ‘정기’가 있고, ‘산신령’이 산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자연환경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자연환경은 신의 축복이 아닌, 강원도민의 한이 된다. 알프스산맥에는 500여개의 케이블카가 있다. 그래서 스위스는 자연환경으로 잘살게 되었다. 강원도 설악산에는 케이블카 1기가 공사를 시작했다. 이제 강원도가 자랑하고픈 모든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국민에게는 즐거움을 주고, 강원도민은 더 잘살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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