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소설, 사계절의 온도를 담다…‘가벼운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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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자 장은진 작가 ‘가벼운 점심’

◇장은진 作 ‘가벼운 점심’

이효석 문학상 수상자인 장은진 작가가 최근 단편 소설집 ‘가벼운 점심’을 펴냈다. 봄의 끝자락, 작품에 수록된 6편의 소설은 푸른 봄을 회상하고, 다가오는 여름을 그린다. 작품은 10년 전 봄, 홀연히 떠난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가벼운 점심’으로 시작된다.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 ‘봄이 왔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사람은 진짜 불행한 사람인 거야’라는 아버지의 말로 시린 봄 햇살을 닮은 지난 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어지는 작품 ‘하품’에는 여름의 눅진한 공기가 베였다. 세 번의 유산 이후 삶의 속도를 잃어가는 아내. 더뎌지는 아내의 움직임에서 남편은 꺼져가는 삶의 온도를 느끼지만 애써 외면한다. 지독한 애증으로 묶인 부부가 내쉬는 늘어지는 한숨이 후텁지근한 여름의 어떤 날을 떠오르게 한다.

‘나의 루마니어 수업’은 가을을 닮은 어떤 이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써내려 간 작품이다. 가을볕을 모조리 빨아들인 듯한 눈을 닮은 그녀. 그 눈에 서린 사계절을 보고 싶었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 그녀의 행방을 쫓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식. 작품은 가을의 서늘함을 동시에 담았다.

소설집은 겨울을 닮은 ‘파수꾼’에 다다른다. 기찻길에 뛰어들어 죽은 이를 목격한 뒤부터 귀에 물이 차듯 마음에 물이 차오른 주인공. 그는 마지막 열차를 떠나 보내고 흰 눈으로 뒤덮인 선로 위에 홀로 선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는 몇 번의 계절을 뛰어넘어 시린 겨울이 찾아온다.

장은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여섯 편의 소설이 각각의 계절에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그 계절에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며 “모든 계절은 아름답고, 계절 안에 삶이 있듯이 이야기도 그 안에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출판 刊. 316쪽.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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