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도심 속 공공조형물 애물단지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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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방치된 번개시장 ‘누렁이’ 골칫거리 취급
공원·해수욕장·골목에 설치된 조형물도 파손 심각
“조형물 관리 위한 예산과 부서 설정 필요해” 당부

◇23일 춘천 번개시장. 카페와 두부집 건물 사이에 2m 크기의 누렁이 형상 조형물이 난데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조형물은 ‘돈을 물고 있는 누렁이’로 지난 2014년 ‘낙후된 번개시장의 명성을 되살려줄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500만 원의 세금을 들여 설치됐다. 하지만 상인들의 무관심 속에 10년가량 방치되면서 곳곳이 파손됐고, 이제는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사진=김준겸 기자

강원지역 도심 곳곳에 설치된 공공조형물이 제대로 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23일 춘천 번개시장. 카페와 두부집 건물 사이에 2m 크기의 누렁이 형상 조형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조형물은 ‘돈을 물고 있는 누렁이’로 지난 2014년 ‘낙후된 번개시장의 명성을 되살려줄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무관심 속에 곳곳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42년 동안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중선(70)씨는 “지난해 밤에 운전자들이 누렁이 조형물을 발견하지 못해 들이받는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 입 부위에 달려 있던 만원 지폐가 모조리 파손됐다”며 “이제는 누렁이가 시장 미관과도 어울리지 않고 공간을 불필요하게 차지하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춘천 공지천조각공원에 설치된 ‘강원의 얼-95’ 조형물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95년 강원 정도 600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강원의 얼-95’ 조각상은 이끼와 잡초, 새똥으로 뒤덮여 오히려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총 사업비 5억원을 투자해 2022년 설치된 춘천조각심포지엄 일부 조형물도 표면 전체가 녹슬어 있었다.

산책을 나온 차효주(여·52)씨는 “의미를 알기 어려운 조형물을 철거하고 햇빛을 막아주는 등 실용성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해변과 속초해수욕장 등에 설치된 일부 공공조형물도 습도와 염분으로 인해 녹이 슬은 상태다. 원주 문화의거리에 설치된 ‘꽁드리’와 개 형상 공공조형물도 주변에 쓰레기가 무단 방치돼 미관을 훼손한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며 지난해 3월 철거됐다.

조현길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구성이 강한 재료로 조형물을 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며 “심의위원회 등의 수단을 통해 보수와 관리를 위한 예산과 부서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23일 춘천 공지천조각공원. 지난 1995년 강원 정도 600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강원의 얼-95’ 조각상이 이끼와 잡초, 새똥으로 뒤덮인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진=김준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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