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가시 제거 후 숨겨진 감정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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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상처 회복 장소로 등장
고통 직면·상처 결별 전환점

철원 출신 박서련 소설가. 유니크(Unique)한 글쓰기로 주목받는 그는 2015년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채 9년이 되기도 전에 한겨레문학상(2018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2021년), 이상문학상 우수상(2023년)을 휩쓴 주목받는 젊은 작가다. 그런 그가 최근 자신의 첫 청소년 소설집 ‘고백 루프’를 상재했다.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소설집은 모두 1~3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섹션마다 소설을 설명하는 작가의 말이 포함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단편 ‘가시’가 이번 주에 소개할 주인공이다. 물론 철원 동송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낙점을 받은 것이다. 특히 박서련이 철원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 ‘제15회 대산청소년문학상’에 참여해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소설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손톱을 덮고 있는 ‘매니큐어’가 그렇고, 손톱 밑의 ‘가시’가 그렇다. ‘매니큐어’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내면의 고통과 갈등의 상징물인 ‘가시’를 가리려고 하는 방어기제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야기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언니를 따라 서울로 간 주인공이 매니큐어를 지우다 발견한 엄지손톱 밑의 ‘가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이 가시를 보고 어머니의 속눈썹을 떠올리며 그가 남겨 놓은 흔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인공은 서울에서의 어려운 삶, 학교 적응 실패, 가족에 대한 복잡한 감정 등이 드러나면서, 가시를 결국 제거하고 그 속에 숨겨진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다. 철원 동송으로 향하는 주인공의 여정은 그녀가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어렵고 복잡한 감정을 극복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 바로 가시를 제거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순간은 주인공이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고, 과거의 상처와 마침내 결별하는 전환점을 상징한다. 가시를 뽑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치유의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설 속 동송은 주인공에게 어머니와 함께했던 고향이자 정서적 귀환, 안정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이해된다. 현재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서울과는 대비되는 그런 장소라는 의미다. 주인공이 동송에 도착해 천천히 걷는 모습은 그를 짓누르던 압박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동송은 주인공의 삶에서 중요한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는 배경이며, 그녀가 자신의 뿌리와 재결합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곳으로 표현된다. 실제 박서련은 작가의 말에서 “고향이 가장 부끄러웠다”고 고백하지만 이 소설로 대산청소년문학상에 입상했을 때 심사위원이 전한 “철원에는 문재(文才)가 많다. 이태준이 있었고, 김소진이 있었다, 그다음은 네가 되어라”라는 말이 고향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다. 그가 철원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단편 ‘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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