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자연 사랑의 작은 실천 ‘산불 예방’ 리본 달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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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호 전 도 건설방재국장 도행정동우회 이사

호반의 전원도시 춘천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고 비오는 운치보다 눈 내리는 풍경이 더 경이롭다. 구봉산에서 내려다보는 춘천의 야경은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게 화려하고 신비스럽다. 도나우(Donau) 강변의 부다페스트 야경도 여기에 견줄 수 없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춘천의 풍치와 절경은 가히 시인과 화가의 마음을 설레게 해 준다.

김유정문학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자연사랑 산행에 오른 행정동우회 일행은 산불 예방을 홍보하는 임무를 감당한다는 결심으로 김유정둘레길로 힘차게 발걸음을 시작했다. 그늘진 언덕 길에는 아직 잔설이 있어 미끄럽고 힘들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산불 예방” 리본을 나무에 달아주는 회원들의 얼굴은 의욕과 성취감으로 흡족한 모습이었다.

한평생 공직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보람으로 살아온 저들의 마음은 퇴직 후에도 변함이 없어 국가에서 불러만 준다면 “저희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소명감으로 무슨 일에나 망설이지 않고 봉사와 헌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와 신념에 가득 차 있다.

세월의 연륜을 증명하듯이 흰머리, 주름진 모습이지만 아직 마음은 청춘인 것을... 이것이 연륜의 자랑이요 자존심이며 한 가닥 낙(樂)이 아니겠는가?

출발한 지 30여분, 해발 250m의 중간 정상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리고 나니, 세 갈래 길이 놓여 있다.

누군가 금병산(해발 650m)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했으나 오늘 계획된 코스는 아니므로 잠시 휴식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마른 나무에 움이 돋아나는 모습이 보인다. 동토(凍土)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우리들 인생의 봄도 새싹과 함께 다시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지나친 소망일까?

내려오는 길에도 잔설이 있어 미끄럼 타듯 하면서 문득 고려 말 충신의 한 사람인 목은(牧隱) 이색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흰 눈이 많이 내린 골짜기에 구름이 험하기도 험하구나.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가. 석양에 홀로 서 있는 이 내 마음, 갈 곳을 모르겠구나.”

지금 시대와 다른 국면이 있지만, 고려말 충신의 기개와 충절을 깊이 되새겨보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어지러운 시대에 자유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이런 충신들이 더 많았으면 참 좋겠다. 애국하는 일에 당파나 여야가 없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가끔 개인주의 야망이 가로막고 있어 국민들을 근심하게 만든다. 국운이 상승하고 부흥하려면 재해와 재난을 막아야하고 온 국민이 건전한 국가관으로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우리 도는 산이 많아 거의 매년 산불이 발생하여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주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영동지방에는 봄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산불이 발생하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봄철 산불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기후의 온난화로 점점 적설량이 줄어든다는 기상청의 통계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탐욕을 가진 존재는 오직 인간뿐이다.

그게 원인이다. 우리는 과연 자연을 사랑하고 있는가? 자연은 말이 없고 오직 자연 그대로 존치되기를 원한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산불조심 캠페인을 가질 예정이지만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금년 봄 산불 예방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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