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강원문화, 기업이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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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사람은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 생존하려는 기본 욕망이 충족되면 고상한 무엇인가를 추구한다. 이를 ‘문화’라고 한다. 문화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때 ‘예술’로 나타난다. 예술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한다. 공급자가 있고, 수요자가 있다. 수요자의 선호가 다양하기에, 공급도 다양하다. 수요가 없으면, 예술가는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선진국이 된 우리는 정부가 문화영역에 깊숙이 개입한다. 국민 삶에 문화가 중요하므로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급자에게는 문화예산을 지원, 수요자에게는 예술공간의 입장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문화영역은 시장원리가 작동하면서, 동시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소득이 증가하면 문화 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다. 이른바 고급문화에 대한 수요다. 고급문화 수요가 높은 지역에는 격조 높은 문화공간이 있다. 그래서 한 지역의 문화 수준을 평가하려면 그 지역의 문화공간 수준을 보면 된다. 거꾸로 격조 있는 문화공간을 확보하면 다른 지역의 많은 사람을 유치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강원도가 관광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강원도 최고의 문화공간은 어디일까? 필자는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든다. 뮤지엄 산은 산속에 숨어 있는 공간이다. 접근성이 나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또한 한 번 찾는 장소가 아닌, 지속적으로 찾는 힐링공간이다. 뮤지엄 산은 민간기업이 창조한 공간이다. 놀라운 사실은 기본 입장료가 2만2,000원이고, 최고 4만5,000원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높은 수요가 있기에 이 공간은 시장원리 관점에서도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강원도 최고의 문화공간이지만 정부의 역할은 없었다. 기업에 의해 창조되고, 시민들은 높은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즐긴다.

뮤지엄 산은 강원도 문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는 정부가 나서서 문화공간을 만들고, 공급자를 육성한다. 그리고 수요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즉, “문화의 중요성 → 문화예산 증액 → 문화 공급자와 수요자 지원”이라는 공식을 이상적이라고 인식하며 문화정책을 펼친다. 그러나 문화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건축공간이다. 뮤지엄 산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절대 이런 유명 건축가의 공간을 만들 수 없다. 조달청 기준 단가에 맞추다 보면 감동 없는 공간이 양산될 뿐이다. 이런 문화공간의 입장료는 대부분 무료다. 가격은 공간의 품격을 대변하는 지표다. 가격이 공짜면 그 문화공간의 품격도 공짜 수준으로 취급받는다. 그래서 품격 있는 공간일수록 높은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정부가 감동 없는 문화공간을 조성해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이 올바르지 않다는 말이다.

강릉에서 또 다른 격조 높은 문화공간이 창조됐다. ‘솔올미술관’이다. 이 공간도 세계적인 건축가 작품이다. 기업이 세계적인 공간으로 창조해 강릉시에 기부한 문화공간이다. 기업이 창조했지만 운영은 공공부문에서 맡는다. 시장과 정부의 협업으로 창조된 문화공간이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다.

강원도에서 문화는 중요하다. 분권국으로서 강원도가 압축성장하려면 고급 문화공간이 많이 창조돼야 한다. 격조 높은 문화공간은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문화예산 없이도 기업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강원도를 고급 문화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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