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 행정소송과 피해자 의견 청취 제도

{wcms_writer_article}

이정준 춘천지방법원 판사 

◇이정준 춘천지방법원 판사

공무원에 대한 징계,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등 징계처분은 공무원 소속 행정청이나 학생 소속 학교 관할 교육장의 처분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 징계대상자가 해당 징계처분이 너무 무겁다고 법원에 불복하고자 할 경우, 해당 징계처분에 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그 행정소송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소를 제기한 징계대상자(원고)와 징계처분을 내린 행정청(피고)이다. 그런데 징계처분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처분 상대방인 징계대상자만이 아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성폭력·성희롱 피해자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교폭력 피해학생도 해당 가해자에 대한 징계처분이 취소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피해자들이 해당 사건에 소송참가를 하거나 증인으로 소환되지 않는 한 그러한 징계처분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전달할 수 있는 정식 절차는 없었다.

최근 제정 및 개정된 행정소송규칙은 피해자 자신의 보호와 자기통제력 회복을 도모하고자 위와 같은 징계처분 관련 성폭력·성희롱 및 학교폭력 피해자 등에 한하여 가해자가 제기한 행정소송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였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제도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징계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성폭력·성희롱 피해자,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로부터 해당 처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행정소송규칙 제13조 제1항). 피해자는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고서도 피해의 정도, 처분에 대한 의견, 그 밖에 해당 사건에 관한 의견을 법원이 예정한 방법에 따라 구술이나 서면 등으로 진술할 수 있다. 피해자가 법정 안에 있는 특정인 앞에서 충분히 진술하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재판장은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 피해자가 진술하는 동안 그 사람을 퇴정시킬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청취된 피해자 의견은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는 아니므로, 징계사유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는 사용될 수는 없다(행정소송규칙 제13조 제3항).

특히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관련하여, 가해학생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그 조치의 집행정지를 신청한 경우, 법원은 집행정지 결정을 하기에 앞서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의4 제1항, 행정소송규칙 제10조의2 제1항).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심문기일에서 의견을 진술하는 대신 기한을 정하여 이를 갈음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고(행정소송규칙 제10조의2 제1항 단서),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심문기일에 구두로 진술하는 것 이외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의견 등을 기재한 서면을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행정소송규칙 제10조의2 제6항). 법원은 피해학생 등의 의견을 청취함에 있어서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할 수 있고, 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를 퇴정하게 하거나 가림시설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행정소송규칙 제10조의2 제4항, 제5항).

이러한 제도 변화에 따라 징계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법정의 풍경은 달라질 수 있다. 당사자와 소송관계인도 이렇게 청취된 피해자의 의견을 이용한 명예 또는 생활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음(행정소송규칙 제13조 제2항, 제10조의2 제9항)을 유의하여야 한다.

{wcms_writer_article}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