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2차 공공기관 이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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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주 강릉시의회 부의장

‘부루마불’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사각형 종이판에 주사위를 굴려 나오는 국가의 도시에 토지와 건물을 구매하고, 상대방의 토지에 걸릴 시에는 비용을 지불하는 아주 간단한 룰이다. 지난 명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부루마불 게임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시선이 주사위만 따라가며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몰입하게 돼 퍽 재미있었다. 게임이 무르익었을 무렵, 하필 서울에 걸려 값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게 된 손주 녀석이 같은 한국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며 절규했다.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지만, 나는 우리의 현실이 떠올라 웃지 못하고 씁쓸해하던 기억이 난다.

조선시대부터 60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의 수도 역할을 해오고 있는 만큼 유독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과 관련된 말이 많다. 그중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서울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보여준다. 지방에서 자란 청년들은 학업, 취업, 문화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상경한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과반이 살고, 취업자 수도 절반을 넘어섰다. 그만큼 탈지방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강릉시의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도내에서 ‘스리 톱’으로 꼽히던 명성이 무색하게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상의 ‘관심지역’으로 분류되었을 뿐 아니라, 인구 21만명 선이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는 이번 4월 총선 이후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강릉시 정주인구 문제의 돌파구가 되어 줄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매번 논의만 될 뿐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미뤄져 인구 위기에 놓인 지역의 의심과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05년에 시작된 제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153개의 공공기관이 혁신도시에 이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강릉시 역시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혁신도시 후보지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탈락의 이유는 ‘수도권 접근성’ 때문이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강릉시의 교통망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양양 고속도로 및 KTX 강릉선이 개통돼 반나절 생활권 시대를 맞았으며, 2026년 ITS 세계총회를 개최할 만큼의 첨단교통 선도도시로 도약하였다. 무엇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경관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관광지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숙박시설, 휴양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어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 근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지방은 비어 가고,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지만 치솟는 집값과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처럼 “이러다 다 죽는”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농담처럼 인구소멸을 이야기하기에는 현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나의 바퀴만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어떻게 오래 달릴 수 있을까.

이제는 수도권 눈치 보기를 멈추고 과감하게 정부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주사위를 굴릴 때다. 말뿐만인 지방시대가 아니기를,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부루마불판 안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지어지는 곳이 강릉시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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