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정치와 주민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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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인제 주재 부장

어느 시대나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가 안정된 시기 서민들은 태평성대와 평화, 번영을 누렸다. 정치적으로 불안한데 국민의 삶이 편안한 국가나 시대가 있었을까. 이는 현대사회에도 맥을 같이한다. 일부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불안정한 국내 정치에 따른 오랜 내전으로 국민의 삶은 고통 받고 있다. 반대로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북·서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정착에 따른 정치안정을 발판으로 복지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부와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리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은 정치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라는 말을 어느 글에서 읽었다.

수 년 전, 지금도 기성 정치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한 여성 정치인을 취재한 적 있다. 장삼이사인 내가 보기에 모든 것을 다 누려봤을 것 같은 그를 취재 차 만나 “왜 국회의원이 되려 하느냐”고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다 해봤지만 국민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다양한 국가의 예를 보듯 언뜻 보면 정치는 시민들의 삶과 멀리 있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밀접하다.

서양사에서 대표적인 평화의 시대를 꼽을 때 ‘로마의 평화’를 꼽는다. 이른바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불리는 시기다. 제정을 수립하고 기원전 27년 로마제국 초대 황제에 오른 아우구스투스의 시대부터 네르바(96년 즉위),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80년 퇴위) 황제에 이르는 이른바 5현제시대까지다. 약 200년간 계속된 이 시대는 외적으로 견고한 국경 수비 덕분에 이민족의 침입도 없었다. 내적으로는 치안의 확립으로 교통과 물자의 교류도 활발해 도시가 번영하고 국민들은 평화를 누렸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은 어진 5명의 황제가 다스린 5현제시대를 ‘인류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라고 칭했다.

동양사에서 대표적인 태평성세를 꼽자면 중국의 ‘요순시대’를 들 수 있다. 문자로 남겨지지 않아 사실상 신화속에 존재하지만 요 임금과 순 임금이 다스리던 시기를 중국인들은 가장 평화로운 시기로 지금도 숭상한다. 이상적인 정치가 베풀어져 국민들의 삶은 풍요롭고 여유로워 격앙가를 부를 정도였다. 후임자를 정할 때도 혈연으로 세습하는 것이 아닌 가장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임금으로 추대하는 선양(禪讓)이라는 정권이양방식을 택해 다툼도 없었던 시대였다.

서론이 길었다. 인제에서 주재기자를 하다 보니 인제의 ‘요즘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아쉽지만 최근 인제의 정치는 안정적이지 않다. ‘군청 조직개편’을 놓고 군의회와 군청 집행기관이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집행기관에서는 다가오는 동서고속철도 시대를 맞아 미리 지역발전을 선점하고 군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을 구현하고자 조직개편을 요청했다. 시대에 맞게 조직을 재정비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은 군의회서 제동이 걸렸다. 매년 하게 돼 있는 중기기본인력운용 계획 보고를 2019년 이후 현재까지 하지 않는 등 절차위반을 지적했다. 인제군이 행정안전부의 조직관리 부진 시·군에 포함된 것과 기준인건비 초과도 불가 원인으로 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조직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올해 인제군정 업무보고 자리에서까지 이어졌다. 불현듯, 정답 없는 싸움을 수 개월째 지켜 보고 있는 인제군민들은 편안할까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치도 주민보다 우선할 수 없다. 역사를 되돌아보고 어떤 정치가 이뤄졌을 때 국민들의 삶이 편안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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