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송기헌·허영도 불안하다…민주당은 지기로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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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비명에 찐명까지 등장에 폭망 불보듯
현역 지키는 춘천갑·원주을도 흔들릴 위기
국민의힘 치밀한 전략세워 8석 승리 목표
험지지키는 강원도 후보들에게 힘이 돼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논란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못해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지율 30%대에 머물고 있는 대통령에, 디올 백 논란 등의 악재에 쌓여있는 집권여당을 상대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헛발질을 할 줄은 몰랐다. ‘친명(친 이재명)-‘비명’(비 이재명)’을 넘어 ‘찐명’(진짜 이재명)이 튀어나오고, ‘친문’(친 문재인)까지 다시 소환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2016년 총선 때 ‘친박(친박근혜)-진박(진짜 박근혜)’ 논란을 벌이다가 폭망했던 새누리당이 떠오른다. 민주당은 정말 이 길을 갈 것인가.

총선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다. [ksoi 2월15~16일 조사]

현실은 여론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37.2%로 국민의힘 44.3%에 비해 오차범위 밖에서 뒤졌다. 무선 100% 자동응답(ARS)방식으로 실시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또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3%포인트 상승한 41%로 두 달 연속 올랐다. 반면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6%로 집계됐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로 100% 무선전화면접으로 진행됐다.(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에 가장 황망해 하는 사람들은 강원지역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총선에 나선 후보들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중앙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싸움은 배부른 자들의 놀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부분 텃밭이 좋은 호남과 수도권 지역구에서의 논란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민주당 후보가 돼 출마하면 그래도 해볼 만한 곳들이란 얘기다. 그러나 강원도는 다르다. 보수색채가 강한데다 민주당세가 거의 없다. 여기에 상대당 현역 국회의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후보들은 오히려 중앙당의 행태에 힘이 날리가 만무다.

원주을 송기헌 국회의원과 춘천갑 허영 국회의원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길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되던 ‘춘천갑’과 ‘원주을’에서 마저 불안하다는 것이다. 중앙당 분란에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에서는 이들 지역구에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춘천갑을 노용호 국회의원과 김혜란 변호사 간 경선으로 결정,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수가 참여하는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지역의 시선을 잡는다는 전략이 벌써부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중앙당 조사에서는 누가 되든 민주당 허영 국회의원과 해볼 만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설까지도 흘러나온다.

원주을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에 맞서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후보로 정한 국민의힘은 선거팀 세팅도 완벽하게 끝냈다. 선거 초반임에도 이들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이 유권자들에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고 여기에 김 후보의 부친인 김영진 전 강원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원로그룹들도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초기 열세를 극복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1월8일 원주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강원특별자치도당 신년인사회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정하 도당위원장,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시장·군수, 도·시·군 의원, 당원 및 지지자 등이 참석했다. 원주=박승선기자

더욱이 국민의힘은 총선이 본격화되면 춘천과 원주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3차례 이상 방문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강원도와 연고가 있고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위원장을 접전 선거구에 집중 투입,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민의힘은 강원도 8석을 모두 가져올 시나리오까지 짰다.

국민의힘이 이토록 치밀하게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민주당은 공천 싸움에 일부 국회의원들의 집단탈당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어떻게 하려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험지인 강원도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보들에게 당은 어떻게 책임을 지려는 것일까. 성품과 자질이 뛰어나고 지역발전을 위해 그토록 앞장섰던 송기헌· 허영 국회의원마저 당의 분란으로 힘겨운 상황이라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나선 다른 후보들은 더욱 암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단순히 호남과 수도권에서 누구에게 공천을 줄 것인가를 놓고 갈등을 벌일 때가 아니다. 오히려 척박한 땅에서 민주당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총선은 물론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패배할 수 밖에 없다. 도당위원장마저 지역을 버리고 서울로 간 상황에서도, 여전히 드넓디 넓은 강원도를 지키고 있는 후보들에게 민주당은 단 한번이라도 희망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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