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물가 안정은 국가의 책무

{wcms_writer_article}

김현아 경제부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취재를 나갔을 때의 일이다. 시장 초입에 가판을 벌이고 과일을 팔던 상인은 "사과를 1개씩 사가는 건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과값이 개당 5,000원 수준으로 오르자 손님들이 차례상에 올릴 것만 겨우 1~2개 구입하고 돌아선다는 거였다.

전을 구워팔던 반찬가게 상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가족들 먹을 것까지 2~3팩씩 구입했다면, 올해는 차례용으로 소량만 사가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이를 반증하듯 시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대목 장을 본 것이라고 하기가 무색하게 홀쭉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강원 지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3.6%, 10월 3.8%, 11월 3.4%, 12월 3.0%를 기록하는 등 5개월 연속 3%대에 머물다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 앉았다.

전체 수치만 보면 물가가 안정 흐름에 진입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랐다.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 비중이 큰 식료품만 떼어놓고 봤을 때, 물가 상승폭이 훨씬 컸던 것. 지난 달 도내 식료품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5배 웃도는 4.2%에 달했다.

132개 식료품 품목 중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오른 품목은 무려 92개였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4.9%를 기록했고, 사과와 배는 전년 대비 각각 43.7%, 38.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물가안정의 기준으로 삼는 수치와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는 2%대 안착이다. "물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말과 함께 각종 정책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달 말 종료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했다. 2021년 11월 시행된 이후 벌써 8번째 연장이다. 설 성수품 수급 안정을 위해 실시했던 국내산 돼지고기 할인행사는 3월까지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300억원을 투입해 과일류와 오징어에 대한 할인 지원도 이어간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물가안정에 스퍼트를 올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총선 이후를 걱정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총선 전 쏟아지는 물가대책으로도 실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인데, 실낱같던 대책마저마저 사라진다면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다. 특히 소비액 중 필수재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2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의 필수 생계비는 71만5,000원으로 처분 가능 소득(94만7,000원)의 75.1%를 차지했다.

경제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 사실은 선거 이전에도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다. 국민들이 차례상에 올릴 사과 갯수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정부의 일관되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wcms_writer_article}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