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혁순칼럼]총선에 ‘국가안보’ 공약은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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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 들어 다섯 번째 미사일 발사에 무감각
저출산에 병력 부족 발등의 불인데도 대책 안 보여
국민의 생명과 자유, 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해선 안돼

◇권혁순 논설주간

우리는 안보를 방치하다 나라를 강탈당한 치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백년이 지나도록 나라를 빼앗은 일본만 증오하고 그러한 현실을 초래한 우리의 처절한 반성은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이렇게 일갈했다.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요. 망국의 책임자는 바로 나 자신이요.” 우리는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 대치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리고 이웃인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대단하고 두려운 존재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김대중, 한국인들만 모르는 세 가지, 2013). 70여년 6·25전쟁으로 유례가 드문 사상자를 내고도 아직도 '휴전' 상태에 있는 나라, 휴전선 남북으로 대규모 병력이 실전(實戰) 대치하고 있는 나라, 그들 뒤에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최강국(G2)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 북핵의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무핵(無核)의 한국, 선군(先軍) 정치로 무장한 세습 독재국가가 수시로 국지도발을 일삼는 지역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안보 불감증의 중병은 심각하다.

표 의식한 선심 공약만 난무

북한이 지난 14일 오전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여러 발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 다섯 번째다. 이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으레 있는 ‘행사’ 쯤으로 생각한다. 우리 병력의 수가 ‘절벽’으로 치닫고 있는 데도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2023년 약 25만 명인 징집연령(만 20세) 인구가 2025년 22만 명, 2037년 18만 명으로 급감하는 추세를 손 보이고 있다. 현재와 같은 병력운영 체제가 계속되면 만성적 병력부족 현상이 심화됨은 물론 2025년엔 육군 기준 36만5,000여 명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역병 복무기간 18개월 기준으로 현재 병력 규모를 유지하려면 연간 26만 명이 필요하지만 군 입대 가용 20세 남성은 2025년 기준 22만 명에 불과하다.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헤쳐 나 갈 것인지 공약하는 후보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표를 의식한 각종 선심 공약만 쏟아지고 있다. 76조 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모든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 지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게 핵을 이고 사는 휴전상태의 휴전국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이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8월 아프간의 미군 철군에 대해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군이 피를 흘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정부는 무능했고, 국제기구는 무력했다. 미군의 단계적 철군이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탈레반이 나라 전체를 다시 수중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군이 철수하니 30만 아프간 정부군은 전투 의지가 없었다. 8만의 탈레반과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백기 투항했다. 아프간 전쟁은 20년만에 종식됐다. 자위력을 포기하고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의 말로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단단한 제방, 작은 틈새로 붕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나라를 국제사회가 돕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975년 남베트남 패망에 이어 아프간 함락은 우리에게 많은 안보상의 과제를 던져 주었다. 우리가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 이유가 나라 밖 지구 서쪽에서 들려온 지 오래됐다. 그러나 이 나라를 이끌고 경영해야 할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에서 어느 후보도 안보 얘기는 안하고 있다. 국가 안보는 뒷전이고 혹여 선심물량 공세에다 지역구 내의 군사시설 이전 같은 민원 해결을 공약화한다면 지역민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라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내 나라는 내가 수호해야 하고 동맹은 부차적이다. 세계 각국이 무기를 개발하고 연합훈련을 하며 스스로 전쟁 억지력을 키우는 까닭이다. 자국의 안보를 외국에 의지하는 것은 풍랑에 휩쓸리는 돛단배의 운명과 같다. 단단한 제방도 작은 틈새에 무너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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