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클린스만 감독 더는 리더십 발휘 힘들어 교체 필요"…정몽규 회장 결단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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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감독 경질 협회에 건의
지도력 불신에 관리 능력도 도마에…1년 만에 지휘봉 놓을 위기
클린스만의 변명 "선수단 내부 불화 탓"…전술부분은 인정 안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던 중 웃고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국가대표팀 감독 전술 부재와 선수 간 물리적 충돌로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위원장 토마스 뮐러)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따라서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 탈환 목표 달성에 실패한 클린스만호가 출항 1년 만에 좌초되며 한국 축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전력강화위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안컵 결과를 비롯한 현안을 놓고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뜻을 모았다.

전력강화위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로 감독 경질을 직접 결정할 권한은 없는 만큼 '사령탑 경질' 의견을 축구협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전력강화위 결과와 앞서 13일 열린 경기인 출신 임원 회의에서 나온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축구협회 집행부가 조만간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결단만 남은 상태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위원회 이후 브리핑을 열어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위원회의 판단이 있었고,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달 중순부터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준결승전에서 졸전 끝에 유효슈팅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0대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해외파 등 역대 최강의 전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과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해외 체류를 비롯한 태도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며 아시안컵 이후 경질 여론이 거세졌다.

여기에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선수들 사이 내분이 있었던 점도 드러나면서 클린스만 감독의 팀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날 전력강화위의 경질 건의로 이어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보 본부장은 "위원회에서 아시안컵 준결승 때 (조별리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팀을 상대로도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고, 재임 기간 선수 선발 관련해 감독이 직접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단 관리 관련해선 팀 분위기나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지도자로서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데서 부족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체류 기간이 적은 근무 태도와 관련해서도 '국민을 무시하는 것 같다', '여러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회복하기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인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이 참석했다.

위원 중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거주지인 미국에 체류 중인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단 내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면서 "전력강화위원들이 '전술 부재'를 중점적으로 얘기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그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보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전력강화위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아시안컵에서 보인 저조한 경기력의 원인으로 선수단 내부 문제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패배 원인으로 손흥민과 이강인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실패 원인을 직접 뭐라고 설명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의에 "그 내용도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이야기했다"라며 "자세한 사항은 선수단 내 불화가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고 답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이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은 축구 국가 대표팀이 아시안컵 4강 요르단 전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 간의 다툼이 발생해 손흥민 선수의 손가락이 탈구됐다는 보도를 했다.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 전날 밤 저녁 식사 시간 당시 이강인과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설영우(26·울산) 등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후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치다가 주장 손흥민의 제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이강인의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질로 맞대응했고, 다른 선수들이 두 선수를 떼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사건 이후 고참급 선수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요르단전에 이강인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정상 출전시켰다.

손흥민은 요르단전에서 오른쪽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핑을 하고 출전했고, 한국은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이강인은 SNS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대표팀을 응원해 주시는 축구 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다"라면서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께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서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강인 측 대리인은 15일 성명을 내고 "언론 보도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손흥민이 이강인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열린 2024년도 제1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한편, 선수 시절 독일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한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의구심 속에 한국 대표팀과의 동행을 시작한 바 있다. 이름값에서는 역대 대표팀 사령탑 중 최고임이 분명하고, 2006 독일 월드컵 때 독일을 3위로 이끄는 등 감독으로도 성과를 냈으나 현장 지도자로 공백이 길었고 전술적 역량에도 의문이 따라다녔다.

2020년 독일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에서 물러나면서는 구단과 상의 없이 개인 소셜 미디어로 발표하는 등 기행도 우려를 자아냈다.

부임 이후 줄곧 이렇다 할 전술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선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다는 등 지도력 비판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잦은 외유 등 태도 문제로도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여러 비판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 목표만을 외치며 대회에 돌입했으나 대표팀의 경기력은 크게 나을 것이 없었고,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 '유효슈팅 0개'의 졸전 끝에 패하며 '황금세대'의 아시안컵은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대표팀과 함께 8일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이 이틀 만에 미국으로 떠나면서 팬들의 더 큰 공분을 샀고, 선수 간 불화설 등이 기름을 부으며 결국 불명예 퇴진을 눈앞에 뒀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였고, 계약에는 경질 시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9억원 안팎으로, 축구협회는 약 7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축구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홈, 원정 경기를 연이어 앞두고 있다. 첫 경기가 3월 21일 홈 경기이며, 소집은 18일께로 예상돼 시간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터라 이 기간엔 임시 사령탑이 대표팀을 이끌 공산이 커졌다.

◇영국 대중지 더선이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후배들과 언쟁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됐다고 보도했다.축구협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회 기간에 선수들이 다툼을 벌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일부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려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설명했다.사진은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 모습.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한 축구 팬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및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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