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그녀의 방에 초대 받다…“서울로 올라온 청년들이 깨달은 두 가지”

{wcms_writer_article}

강릉 출신 김미월 소설가 2010년에 펴낸 첫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개정판 출간

“스무 살, 스물한 살, 스물두 살… 그 많은 방들에 나는 내 20대를 골고루 부려 놓았다”

청년 세대의 삶과 현실을 드러내며 직접적이지 않지만 무심코 건넨 말에 큰 위로를 받듯, 강릉 출신 김미월 소설가가 2010년 펴낸 첫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개정판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대화를 건넨다.

이야기는 스물다섯 살 복학생 청년인 주인공 ‘영대’가 독립을 선언하고 첫 자취방에 도착해 이삿짐을 정리하다,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기고 간 여러 권의 노트를 발견하며 시작된다. 꿈도, 삶의 큰 의미도 없었던 영대는 노트의 첫 문장인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를 읽자마자,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마주한다.

노트에는 고향을 떠나 호기롭게 서울로 올라간 ‘지영’이가 8번 차례 방을 옮기며 쓴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영이에게 서울은 잔인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드는 매개였다. 높거나, 넓거나 단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했던, 결국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지영이는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좌절의 쓴 맛을 맛봐야 했다. 그럼에도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서울에서의 삶을 치열하게 기록한 지영이의 마음이 방황하던 영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닿았다.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단어가 우리의 삶을 채운다. 때로는 너무나 평범해서 바쁘게 돌아가는 길 한 가운데 우뚝, 멈춰서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그 누구도 나를 신경쓰지 않을 그러한 고독감 속에도 ‘나’라는 존재의 특별함은 언제나 우리 안에 있었다. 영대는 지영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영이의 첫 번째 독자가 됐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얻게 된다. 우리는 그런 영대를 통해 우리의 평범함을 더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소중함을 기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여전히 냉담한 사회의 현실과 노력해도 바뀔 기미조차 없는 비관적인 사회 앞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벼랑 끝에 선 청년들이 책 너머에 있다. 하지만 웃는 법을 잊지 않은 청년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꺼지지 않을 희망의 촛불이 남아있다. 책을 덮는 그 순간 눈 앞에 여덟 번째 방문이 그려진다. 교류 하나 없는 세상일지라도 나와 함께, 나와 같은 속도로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민음사刊. 304쪽/ 1만5,000원.

{wcms_writer_article}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