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에서 활동 중인 손숙영 시인이 시집 ‘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다'를 펴냈다.
4부작으로 이루어진 시집은 가만히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이는 세계의 사물들의 움직임을 묘사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물길 이상이라는 것을 아는/고네이베루/늘 그 자리 변함없이/그늘 없이”(함묵1-고네이베루中)
함묵 연작 시의 부제 ‘고네이베루’는 이제는 없어진 횡성 섬강의 잠수교로 잃어버린 기억과 사라진 풍경을 다리 삼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물길 위에서 사라졌지만 시인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늘 그 자리 변함없이’ 존재하는 다리는 지나간 풍경 속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과 흔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리가 주는 상징처럼 독자들은 시를 통해 잊힌 것들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성근 바람 부여잡은 나목의 가지 끝/야트막한 산모롱이 적막한 햇살 고이면/조곤히 나를 내어주고/혼탁을 이고 언 발목 묻힌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유는 묻지 않기로 했다”(버덩 길 휘도는 바람의 사유中)
시는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바람에도 묵묵히 걸어나가는 시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우리는 삶을 힘들게 하는 바람이 불어오는 이유도 모르고 살아간다. 하지만 손 시인은 이 바람도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존재이기에 묵묵히 걸어나가고자 하는 결심을 담아냈다. 이 걸음은 앞으로 손숙영 시인이 걸어갈 행로를 기대하게 한다.
손숙영 시인은 “시는 나에게 떨치지 못하는 덫이기에 안으로 쌓아둔 시름들을 묶었다.”며 “ 내가 살아가는 데 징검돌이 되어 내게로 와 준 시편들을 이제 세상밖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도서출판 상상인 刊. 13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