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연애하는 감정을 떠오른다. 밀당의 기술은 연애의 스릴을 배가시키는 방법이다. 맘에 드는 상대는 나타나면 막 대시보다는 어느 정도 관계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림이 필요하다. 고양이와 같이 살게 되면 첫 연애 할 당시로 돌아가는 듯하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거리를 유지하면 갑자기 훅 들어오고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이런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가면 어느새 둘 사이는 가까워진다. 상대에게 갑자기 다가가기보다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고양이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연애의 기술이 필요하다.
고양이는 귀여운 외모, 도도한 성격, 그와 동시에 가끔씩 보여주는 허당스러운 행동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반려동물이다. 그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집사’의 길로 인도한다.
춘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지원(37)씨도 고양이 집사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인연을 맺고 입양해 키우고 있는 길고양이 4마리다. 지원씨와 길고양이의 만남은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전부터 가게를 자주 방문하던 어미 고양이 ‘나비’가 어느 날, 새끼들을 낳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음식을 주면서 돕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건강을 회복한 나비는 은혜를 갚기 위해 새 등을 직접 잡아서 지원씨의 가게에 선물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나비는 지원씨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나비와 함께 작년 7월, 새로 태어난 다롱이, 올해 5월께 태어난 아기 등 고양이 식구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올해 8월, 또 다른 인연이 지원씨를 찾아왔다. “어느 육군 여장교가 화천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해서 제게 데려왔습니다. 숨을 쌕쌕 쉬길래 쌕쌕이라 이름지은 이 아이는 처음에는 눈도 못 뜨고 이빨도 나지 않아서 우유에 으깬 소시지를 섞어 먹이고 잘게 부순 사려도 먹이며 키웠더니 지금은 다른 고양이들보다 덩치도 크고 건강하게 뛰어노는 아이로 성장했다”고 한다.
나비, 다롱이, 아기, 그리고 벵갈고양이 쌕쌕이. 4마리의 고양이들은 편의점을 찾아온 손님들의 인기만점이다. 편의점 옆에 살고 있는 강아지 ‘복돌이’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배웠는지 여느 고양이처럼 사람에게 머리나 몸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리는 데 이어 강아지처럼 사람 앞에 벌러덩 누워 배를 보여주기까지 하면서 편의점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스스럼없이 애교를 부리고, 이런 모습을 본 손님들은 고양이들을 위해 참치캔이나 소시지 등을 구매해 고양이들에게 간식으로 준다.
실제로 고양이들을 만나러 온 날, 눈이 조금씩 내리고 쌀쌀한 날씨에 집에 들어가 웅크려 추위를 피하기 바쁘던 고양이 3마리가 순식간에 나와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이 친구들이 소위 ‘개냥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지내다가 지루할 때는 편의점 주변에 나가서 노는 것도 일상이다. 특히, 주변에 있는 밭에서 나비, 잠자리 등의 곤충을 잡으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고. 여름에 가게 벽에 나방 등의 곤충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바로 잡아줘서 가게 청소도 일부 돕기까지 하는 효자들이라고 한다.
“고양이들과 함께 지낸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들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소중한 인연을 함께 하고 싶고 이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오래도록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고 지원씨가 말했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