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하자 최 원장은 29일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이러한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민주당이 탄핵 추진 사유로 꼽은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의혹과 관련해 "저희가 조사한 그대로 전부 감사보고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탄핵안이 가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됐으면 좋겠다"며 "만약 그게 된다면 그때 가서 대응 방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안 가결 전 자진 사퇴 의향에 대해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연관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게 아니고, 최대한 조사를 했는데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저 이전 관련 감사 회의록 제출을 거부했다는 점을 야당이 탄핵 사유로 제시한 데 대해선 "공개되면 굉장히 위축되고, 말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게 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께 설명을 소상히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질문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들이 국정감사장에 전부 배석해 있었는데 질문이 많지 않았다"며 "충분히 논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왜 자료 제출 요구가 탄핵 사유가 되는지 잘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한 2022년 국회 업무보고 발언에 대해선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을 감시·견제하는 기관은 맞지만, 그렇다고 국정을 훼방한다든지 방해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나"라며 "(지원기관인지 아닌지) 'O·X'로 답하라고 하니까 국정운영 지원기관에 가깝다는 뜻에서 대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민주당은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내달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달 2일 본회의를 앞두고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안을 발의하면 그 숫자는 11명으로 늘어난다.
국회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1대 국회에선 감사원장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적이 있다.
탄핵안은 발의 뒤 첫 본회의에서 보고가 이뤄지면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의원들 주도로 최 원장에 대해 국회 증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최 원장이 대통령실 관저 이전 의혹 감사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며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의결 강행에 반발해 퇴장한 바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최 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 "민주당의 탄핵 중독과 정권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 제도를 정략적 도구로 이용해 감사원을 민주당 산하 기구로 만들겠다는 교활한 속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민주당의 이번 탄핵 추진이 윤석열 정부 들어 17번째, 22대 국회 들어 10번째인 점을 꼬집으며 "광란의 탄핵 폭주"라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감사원장 탄핵은 집값 통계 조작,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군사 기밀 유출 등 문재인 정부 적폐 감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를 감추기 위해 국가의 감사 기능을 마비시키고 정부를 무력화하겠다는 거대 야당의 횡포이자 패악질"이라며 "민주당은 위헌적·위법적 감사원장 탄핵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 방탄용 정쟁을 위해 민생과 국가의 미래는 뒷전"이라며 "위헌적 6개 악법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요구를 정식으로 건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