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출신 권영상 아동문학가가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직조해 낸 독특한 이야기들로 꾸며진 동시집 ‘동시백화점’을 펴냈다. ‘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를 부제로 한 이 책은 1층부터 5층에 이르기까지 제각각 사연을 품은 쉰다섯편의 동시들이 층별로 입주해 있다.
책을 펼치면 곰아저씨로 변신한 권영상작가가 동시로 가득찬 안내 데스크를 지키며 동시백화점 소개에 나선다. 1층에는 슬픔을 위로하고 기쁨을 나누면 행복이 배가되는 ‘마음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웃음을 파는 ‘웃음 가게(18쪽)’를 만나볼 수 있고 머리를 짓누르는 걱정거리를 날려버리는 서비스(걱정을 날려요·24쪽)까지 제공된다.
2층 계절관에서는 각각의 향기가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에 맞게 시들이 줄지어 나온다. ‘두더지 여행사(29쪽)’에서 독점 개발한 튤립 알뿌리 견학에 동참하면 플래시가 달린 두더지 안전모를 선물로 제공한다. 3층 ‘곤충관’에 가면 오늘도 바삐 움직이며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거미 건축사(하늘건축사·44쪽)나 이삿짐을 나르는 개미(개미 이삿짐센터·46쪽) 등 작은 생명들이 가게를 둘러 볼 수 있다. 4층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잡화관’이고, 마지막 5층 ‘하늘공원’에 다다르면 탁트인 시원한 하늘을 만끽할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을 모아 파는 별사탕(74쪽) 가게에 들르고, 지난밤에 떨어진 별똥별(별별연구소·76쪽)을 주우러 가기도 한다.
이처럼 동시백화점에는 동시 독자들의 니즈(needs)를 충복할 다양한 동시 서비스가 그득하다. 책을 펼쳐 따끈 따끈한 동시 몇편 구매해 보시길…. 일독을 권한다. 권영상 작가는 “(이 책에 담긴 작품들은)모두 상상이 만들어 낸, 언젠가는 실현될지 모를 그날을 꿈꾸며 쓴 동시들이다. 동시도 상품이라는 심정으로 한 편 한 편 공들여 쓰고 다듬었다”며 “마지막 5층 하늘공원에 앉아 쉬면서 오늘 당신이 경험한 것은 무었인지, 골똘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권작가는 197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동시집 ‘실 끝을 따라가면 뭐가 나오나’, ‘고양이와 나무’ 등을 펴냈으며 강원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동시문학회장을 역임했다. 국민서관 刊. 9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