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출신 심은섭 시인이 시집 ‘물의 발톱’을 상재했다.
세상의 풍경을 기록한 그의 네 번째 시집은 자연에 대한 탐구이자 삶에 대한 고찰이다. 모더니즘 시 세계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60여 편의 시를 선보인다.
“지친 강물들이 발맞추어 바다에 도달할 수 있고/황금빛 정장을 한 태양이 밤을 몰아낸다/천둥소리로 울어야 한다/그렇게 울지 않으면 저녁 들판의 허수아비들이/천 년의 잠 속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목어木漁 中)
그의 시에서 자연을 담은 시어는 화폭에 옮긴 듯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시인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세상. 심 시인의 시는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지난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매일같이 뜨고 지길 반복하는 태양도, 길을 걷다 차이는 돌맹이도 모두 시어가 됐다.
시인의 상념을 덜어낸 자리에는 문학의 낭만이 자리 잡았다. 심은섭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옹기가마에 장작불을 지펴 청자를 빚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모두 질그릇이다. 낯이 뜨겁다.”라며 작품을 출간한 소회를 밝혔다. 작품은 소박한 질그릇 같은 시어에 자연과 사람, 그 안의 진심을 담아냈다. 담담히 세상을 노래하는 어느 낭만주의자 시인의 시를 만나본다. 천년의시작 刊. 116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