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기행 분야에서 탁월한 필력을 선보이고 있는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과 평창에서 활동하는 향토사학자 정원대씨가 강원특별자치도내 사찰과 불교유적을 톺아보며 탐방한 ‘사찰 기행’을 상재했다. ‘불교 유산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들은 도내 18개 시·군의 ‘명산명찰(名山名刹)’을 발로 누비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고전(古典)을 힌트 삼아 불교 유산 80곳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하지만 간결하고 담백한 필체로 써내려 갔다. 명찰로 손꼽히는 월정사부터 전설을 통해 과거의 위용이 전해져 내려오는 사지(寺址) 흔적에 이르기까지 그 스토리들을 수백년 전, 선인들이 남겨 놓은 한시 그리고 오대산 불교의 정맥(正脈)인 퇴우정념 월정사 주지스님의 감수로 풍성하게 담아냈다. 각각의 사찰을 소개하는 글마다 과거를 마치 오늘처럼 가늠하게 하는 한시가 곁들여져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듯 당시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한다. 그래서 각 사찰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가 짤막하게 담겨도, 한 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사진과 지도에 저자들의 감상까지 토핑으로 알차게 얹으니 더할 나위 없다. 저자는 김시습이 매월당집에 담은 ‘월정사’에서 “(전략)신선 사는 산 속세와 멀리 떨어졌으니/청낭 속 옥 먹는 법 익히고 싶네”라고 한 표현처럼 자연과 하나되는 한가로운 봄날의 월정사를 그려본다. 또 현재는 폐허가 된 양구 심곡사지에 서서 양구현감을 지낸 김영행(1673~1755)이 쓴 한시 ‘심곡사(필운시고 中)’를 통해 이사를 오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던 심곡사의 모습을 떠올리고도 한. 특히 명산에서도 가장 좋은 장소, 불법이 길이 번창할 곳에서 세워졌다는 월정사를 포함한 오대산의 사찰과 암자, 사지에 대해서는 한 챕터를 할애 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권혁진 소장은 “옛 문헌을 뒤적이다 보면 절을 노래한 한시를 자주 접하게 된다. 무슨 뜻일까 번역하다 보면 문득 절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길을 나선다”고 말했다. 퇴우 정념 스님은 “오대산을 필두로 강원도에도 많은 이야기가 사찰과 골짜기에 깃들어있다”이라며 “이 책을 통해 청정한 강원도를 넘어서는 인문이 고향이자 모든 현대인의 쉼터로서의 강원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산책 刊. 343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