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상록정신’…춘천고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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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훈련을 위해 차디찬 소양강물에 입수한 1학년 신입생들 .1942년 3월. 사진=강원일보 제14회 한강사진공모전 역사부문 최우수 수상작

춘천고등학교(이하 춘천고)가 올해로 개교 100년(1924~2024)을 맞았다.

춘천고는1924년 4월25일 2학급의 ‘관립춘천고등보통학교’라는 교명으로 문을 연 이후,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6·25 전쟁, 4·19 혁명 등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온 몸으로 견뎌내며 한국 사회의 동량(棟梁) 역할을 하는 수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한 인재 양성의 산실이다. 일제가 공포한 조선교육령(朝鮮敎育令)에 의해 설치된 중등교육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초대 교장은 일본인(사토 겐죠오·佐藤元藏)이 맡기도 했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항일운동으로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면서 전국적으로 민족교육의 산실로 명성을 떨쳤다,

춘천고의 항일투쟁이 움트기 시작한 것은 개교 3년 째인 1926년 일본인 교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춘천고보에 교무주임으로 근무하던 모리라는 인물이 입버릇 처럼 우리 민족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망언을 서슴치 않자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1926년 10월4일 동맹휴학(춘천고 90년사 참고)을 감행한다. 이른바 ‘배일맹휴(排日盟休)’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1937년 10월 군사훈련시간에 단독군장으로 소총을 휴대하고 춘천 낙원동 중앙초교 뒷산을 정복하고 있는 모습.

당시 상황에 대해 동아일보는 ‘교무주임배척 코저 춘천고보 맹휴’라는 제하의 기사(1928년 10월8일 5면 보도)에서 “춘천고보 2~3학년 학생 120여명이 탄원서를 학교 당국과 학무과에 제출하는 동시에 동맹휴학을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일제의 회유가 있었지만 학생들이 이에 불응하자 주모자 4명에 대한 퇴학 조치를 단행한다. 이처럼 춘천고의 역사는 시련과 고난의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배일맹휴(排日盟休)’ 사건으로 촉발된 항일투쟁은 일본인 교사들의 한민족에 대한 지속적인 모욕 속에서 1930년대 ‘상록회 운동’으로 이어진다. 1937년 3월 강원일보 전신인 ‘팽오통신’ 창간 주역 남궁태 선생 등 6명이 주축이 돼 결성된 ‘상록회’는 독서· 토론모임의 외피를 갖고 있었지만 ‘조선 독립’을 본령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활동 2년여 만에 일본경찰에 발각되면서 무려 137명이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에도 상록회 활동은 이어지면서 많은 재학생이 옥살이를 하고, 복역 중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들을 기리기 위한 상록탑이 1967년 조성된다. 춘천고는 1950년 6월1일 현재와 같은 3년제 춘천고등학교로 개편되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내 피난 살이를 시작한다.

◇1937년 4월, 춘천고 재학생들이 봄소풍을 춘천 동내면 대룡산등반에서 정상(해발899m)정복후 파이팅하고 있다

이 시기 23회 113명, 24회 145명 등 모두 311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전장에 나서게 되는데 이 가운데 27명 전사한다. 춘천고 출신 학도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6·25 학도병 참전 기념비 제막식’이 2008월 3월에 거행된다. 전쟁 중에도 재대구, 재부산 춘천고가 개설되고, 원주에 춘천종합중고등학교를 세우는 등 학생 양성을 위한 교육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1954년 3월 ‘춘천고 재건복구기성회’가 공식 출범하고 교사를 짓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면서 현재의 자리에 둥지를 틀게된다. 이어 상록관 등 부속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게 되면서 현재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1974년 교육법 개정으로 춘천고 부설 방송통신고가 설립인가를 받고, 이듬해인 1975년 4월 첫 입학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춘천고는 2008년에 본관 교사를 헐고 신축건물을 준공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24년 개교와 함께 5년제로 운영되던 춘천고는 1929년 첫 졸업식을 가진 이래 지난해(2023년) 제96회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인제군 인구(2024년 3월 현재 3만1,764명·KOSIS 통계)와 맞먹는 3만2,16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춘천고는 상록회 운동 이후 ‘상록정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훈을 올바른 길, ‘정도(正道)’ 로 삼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인재양성이 진력을 다하고 있다.

◇1932년 학생도서실에서 독서하고 있는 춘천고보생들(4회졸업생들)

한편 춘천고는 ‘내가 사랑한 춘고 100년, 우리가 자랑할 춘고 100년’을 주제로 한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20일 오전 8시30분부터 진행되는 기념행사에 앞서 동문 미술전시회(19~28일·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 기념음악회(20일 오후 5시·춘천문화예술회관), 교육포럼(19일 오후 2시·강원대 60주년 기념관)도 마련된다. 사진제공=강원일보DB. 유상철, 조세원, 이우상, 최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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