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의 점선면]머리와 팔은 사라졌지만 자비로움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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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보물)사진=문화재청 제공

1965년 일본과의 ‘문화재 및 문화 협력에 관한 협정’을 통해 이듬해 되돌아온 유일한 국보가 있다. 바로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이 그 주인공이다.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은 한·일 당국자들의 회담 당시 “문화재 반출은 합법적이니 법적인 반환 의무는 없다. 하지만 문화협력 일환으로 ‘증여’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일본의 뻔뻔한 입장 속에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광복 이후 공식(?) 1호 환수문화재다. 1912년 일본에 불법 반출된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915년 다시 되돌아온 일제강점기 시절 1호 환수문화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제가 가한 문화유린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문화재가 모두 강원도산(産)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를 넘어 서글프기만 하다. 지광국사탑이 일본으로 건너간 같은 해인 1912년 일제의 약탈로 우리 곁을 떠나야 했던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은 반환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1966년, 54년 만에 귀향길에 오른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7년 6월21일에 국보에 지정된다.

강릉시 한송사 절터에 있던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으로 잘려진 머리 부분을 붙일 때의 흔적과 이마 부분의 백호(白毫·부처의 양 눈썹 사이에 난 희고 부드러운 털)가 떨어지면서 생긴 손상만 남아 있을 뿐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으니 당시 국보 선정에 큰 이견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살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머리에 상당히 높은 원통형의 보관(寶冠·보살이 쓰고 있는 관을 높여 부른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위로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높이 솟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화재청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검지 손가락을 편 오른손은 연꽃가지를 잡고 가슴까지 들어 올렸고 왼손도 검지 손가락을 편 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발은 오른쪽 다리를 안으로 하고 왼쪽 다리를 밖으로 하고 있어서 같은 곳에서 발견된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보물)과는 반대의 모습이다. 특히 한국 석불상의 재료가 거의 화강암인 데 반해 이 보살상은 흰 대리석으로 만든 점이 특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국보)사진=국립춘천박물관 제공

2016년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 제6차 회의록 등에 따르면 원통형의 보관이나 풍만한 얼굴, 입가의 미소 등은 국보인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등과 함께 고려 초(10세기) 강원도 내에서 유행한 불상 양식을 잘 반영하고 있는 보살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에 대해 검색하면 두개의 보살상이 결과로 나온다. 하나는 앞서 소개한 국립춘천박물관이 보관, 전시하고 있는 보살상(국보)이고, 다른 하나는 오죽헌·시립박물관이 소재지로 돼 있는 보물(1963년 지정) 보상살이 그것이다.

보물로 지정된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은 입체감이 풍부하고 활달한 조각수법을 보여주는 희귀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춘천의 것과 달리 머리와 오른팔이 없어진 불완전한 형태의 보살상이다. 왼팔은 안으로 꺾어 왼다리에 얹었고, 오른팔도 역시 그렇게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앉은 자세는 왼다리가 안으로 들어가고, 오른다리를 밖으로 내어 발을 그냥 바닥에 놓고 있다. 이러한 자세는 보살상에서만 볼 수 있는데, 협시보살(脇侍菩薩·본존불을 좌우에서 보좌하는 보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보살상에 대해서는 고려시대 학자 이곡(1298~1351년)의 문집 ‘가정집’에 수록된 동유기(東遊記)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문수와 보현의 두 석상은 땅에서 솟아 나온 것이라 한다. 동쪽에 사선비(四仙碑)가 있었는데 호종단(胡宗旦)이 물에 빠뜨려 오직 귀부만 남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춘천과 강릉에 있는 두 구의 강릉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은 기록이 말하는 문수와 보현보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보살상이 모시던 보살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두 형제 보살상은 언제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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