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1609년 강원도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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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의궤 톺아보기]조선시대에 나타난 UFO ①
광해군일기 20권, 광해 1년 9월 25일 세번째 기사
1609년 8월25일 강원도서 벌어진 일 자세히 기록

조선왕조실록에는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기록한 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그 가운데 세조의 ‘강원도 순행(巡幸)’ 과정에서 나타난 하늘에서 꽃비(雨花·우화)가 내리는 것과 같은 서기(瑞氣·상서로운 기운)에 관한 기록(세조실록 38권, 세조 12년 3월 29일) 등의 경우, 왕을 신격화하고 그것을 통해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어떠한 목적성이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는 말그대로 ‘괴이한’ 일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는데, 바로 미확인비행물체, UFO에 관한 기록들이 그것이다.

조선 개국과 함께 태조 원년(1392년)부터 천문을 관측하는 관청인 서운관(세조12년에 관상감으로 명칭 변경)을 별도로 설치해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상관측이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실록에 남겨진 UFO의 흔적들을 단순히 기상현상을 착각하거나 오해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상황을 묘사한 글이 너무도 자세한 점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609년 강원도에서 나타난 UFO 소동(?)에 관한 것이다. 2013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다. 이 내용은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광해군일기 20권, 광해 1년 9월 25일 세번째 기사)에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 돼 있다.

◇ 광해군일기 20권, 광해 1년 9월25일 세번째 기사 부분.

실록에는 강원감사 이형욱이 치계(馳啓·임금에게 급히 서면으로 말씀을 아뢰다)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1609년 8월25일 간성군(고성군 간성읍)과 원주목, 강릉부, 춘천부, 양양부 등 도내 5개 지역의 하늘에서 일제히 목격된 상황들을 기록하고 있다.

가정 먼저 그 당시 간성군의 하늘 상황은 이랬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햇무리처럼 생긴 것이 움직이다 멈추고는 우레 소리가 났다. 이어 원주목에서는 붉은 색으로 베처럼 생긴 것이 길게 흘러 남쪽에서 북쪽으로 갔는데, 천둥 소리가 크게 나다가 잠시 뒤에 그쳤다고 적고 있다.

간성군, 원주목은 그것이 하늘을 지나가는 모습과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면, 강릉부는 그 움직임이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큰’ 호리병 모양의 UFO가 마치 땅에 추락할 듯 한 모습을 보였는데 아래로 떨어질 때 그 형상이 점차 커져 3, 4장(丈) 정도이고, 색은 매우 붉고 연이어 흰기운이 생겼다 한참 만에 사라졌다고 묘사하고 있다.

1장()의 길이가 3.03m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비행체의 길이는 9~12m에 달하는 것으로, 자세한 표현이 놀라울 따름이다. 거기에 사람들에게 목격된 붉은 색과 흰기운에 관한 것은 마치 로켓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연료를 분사, 연소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다.

이 일들은 모두 8월25일 사시(巳時·오전9~11시)에 벌어진 일들이다.


■원문

○江原監司李馨郁馳啓曰: "杆城郡八月二十五日巳時, 靑天白日, 四方無一點雲, 雷聲發作, 自北向南之際, 人人仰望, 則似烟氣兩處微出於碧空。 形如日暈, 撓動移時而止, 發雷聲有若皮皷之聲。 原州牧, 八月二十五日巳時, 白日中紅色如布長流去, 自南向北, 天動大作, 暫時而止。 江陵府, 八月二十五日巳時, 白日晴明, 忽有物在天, 微有聲, 形如大壼, 上尖下大, 自天中向北方, 流下如墜地。 流下之時, 其形漸長, 如三四丈許, 其色甚赤, 過去處連有白氣, 良久乃滅之後, 仍有天動之聲, 響振天地。 春川府, 八月二十五日, 天氣晴明, 而但東南天間, 微雲暫蔽, 午時有火光, 狀如大盆, 起自東南間, 向北方流行甚長, 其疾如矢, 良久火形漸消, 靑白烟氣漲生, 屈曲裊裊, 久未消散。 俄頃如雷皷之聲, 震動天地而止。 襄陽府, 八月二十五日未時, 品官全文緯家中庭簷下地上, 忽有圓光炯如盤, 初若着地而便見屈上一丈許, 有氣浮空, 大如一圍, 長如半疋布, 東邊則白色, 中央則靑熒, 西邊則赤色, 望之如虹, 宛轉纏繞, 狀如捲旗。 及上半空, 渾爲赤色, 上頭尖而下本截斷, 直上天中少北, 變爲白雲, 鮮明可愛。 而仍似粘着天面, 飛動觸挿, 若有生氣者, 忽又中斷爲二片, 而一片向東南丈許, 烟滅, 一片浮在本處, 形如布席。 少頃雷動數聲, 終如擂鼓聲, 自其中出, 良久乃止。"

■해설

강원 감사 이형욱(李馨郁)이 치계하였다.

"간성군(杆城郡)에서 8월 25일 사시 푸른 하늘에 쨍쨍하게 태양이 비치었고 사방에는 한 점의 구름도 없었는데, 우레 소리가 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해 갈 즈음에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 보니, 푸른 하늘에서 연기처럼 생긴 것이 두 곳에서 조금씩 나왔습니다. 형체는 햇무리와 같았고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멈추었으며, 우레 소리가 마치 북소리처럼 났습니다.

원주목(原州牧)에서는 8월 25일 사시 대낮에 붉은 색으로 베처럼 생긴 것이 길게 흘러 남쪽에서 북쪽으로 갔는데, 천둥 소리가 크게 나다가 잠시 뒤에 그쳤습니다.

강릉부(江陵府)에서는 8월 25일 사시에 해가 환하고 맑았는데, 갑자기 어떤 물건이 하늘에 나타나 작은 소리를 냈습니다. 형체는 큰 호리병과 같은데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컸으며, 하늘 한 가운데서부터 북방을 향하면서 마치 땅에 추락할 듯하였습니다. 아래로 떨어질 때 그 형상이 점차 커져 3, 4장(丈) 정도였는데, 그 색은 매우 붉었고, 지나간 곳에는 연이어 흰 기운이 생겼다가 한참 만에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사라진 뒤에는 천둥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천지(天地)를 진동했습니다.

춘천부(春川府)에서는 8월 25일 날씨가 청명하고 단지 동남쪽 하늘 사이에 조그만 구름이 잠시 나왔는데, 오시에 화광(火光)이 있었습니다. 모양은 큰 동이와 같았는데, 동남쪽에서 생겨나 북쪽을 향해 흘러갔습니다. 매우 크고 빠르기는 화살 같았는데 한참 뒤에 불처럼 생긴 것이 점차 소멸되고, 청백(靑白)의 연기가 팽창되듯 생겨나 곡선으로 나부끼며 한참 동안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우레와 북 같은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다가 멈추었습니다.

양양부(襄陽府)에서는 8월 25일 미시(未時)에 품관(品官)인 김문위(金文緯)의 집 뜰 가운데 처마 아래의 땅 위에서 갑자기 세숫대야처럼 생긴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 처음에는 땅에 내릴듯 하더니 곧 1장 정도 굽어 올라갔는데, 마치 어떤 기운이 공중에 뜨는 것 같았습니다. 크기는 한 아름 정도이고 길이는 베 반 필(匹) 정도였는데, 동쪽은 백색이고 중앙은 푸르게 빛났으며 서쪽은 적색이었습니다. 쳐다보니, 마치 무지개처럼 둥그렇게 도는데, 모습은 깃발을 만 것 같았습니다. 반쯤 공중에 올라가더니 온통 적색이 되었는데, 위의 머리는 뾰족하고 아래 뿌리쪽은 짜른 듯하였습니다. 곧바로 하늘 한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더니 흰 구름으로 변하여 선명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이어 하늘에 붙은 것처럼 날아 움직여 하늘에 부딪칠 듯 끼어들면서 마치 기운을 토해내는 듯하였는데, 갑자기 또 가운데가 끊어져 두 조각이 되더니, 한 조각은 동남쪽을 향해 1장 정도 가다가 연기처럼 사라졌고, 한 조각은 본래의 곳에 떠 있었는데 형체는 마치 베로 만든 방석과 같았습니다. 조금 뒤에 우레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끝내는 돌이 구르고 북을 치는 것 같은 소리가 그 속에서 나다가 한참만에 그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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